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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Mar 03. 2024

다녀왔습니다.

울릉도 여행기의 마지막 장

울릉도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정신없는 일상을 살면서 잠시 휴식을 얻고자 떠난 여행에서 생각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알게 되었다. 오롯이 쉬고 싶어도 쉬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 나의 머릿속은 생각들로 가득했고, 소리 없이 분주했다. 처음 생각과는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얇지 않은 다이어리를 꺼내 들고 메모를 하면서 다녔다.


단순히 바쁜 일상에서 한 발만 물러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를 즐기고자 여행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좋은 곳을 보자마자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브런치에 기록하는 일이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저 네이버 블로그에 몇 장의 사진과 글을 써두면 사람들은 알아서 여행을 할 텐데 뭣하러 글을 쓰는가에 대한 현실자각타임이 있었다.


브런치의 글을 보기만 하고 글은 쓰지 않았던 와중에 글 맛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저 그런 정보를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글은 나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가 있고, 어떤 글은 나의 '알고 있음'과 '모름'의 글을 쓸 때가 있다. 오롯이 여행의 정보와 예약 방법을 나열하는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고, 이렇게 여행에서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울릉도 여행이 나의 첫 여행은 아니다. 울릉도라는 섬은 내가 처음 가본 곳이 맞지만 여행은 나름의 경험이 있다. 장소만 바뀐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여행 스토리는 어쩌면 내가 가장 쓰기 싫어하는 글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시작부터 나 스스로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길 쓰다 보니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을 수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더 적기 시작했다.


울릉도라는 새로운 여행지에서 겼은 나의 친구들과의 여행 이야기가 모든 사람이 같은 전개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의 글이 하나의 에피소드 일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웃음이 있을 수 있고 반전의 공감을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느리더라도 글의 끝을 보려 했다.


나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여행이 흐르는 대로 여행을 마쳤다.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여행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들만 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도 다른 누군가는 하기 싫었을 테고, 더 자고 싶었을 텐데 졸린 눈을 뜨고 따라나선 친구도 있었다.


모든 게 계획적으로 연결된 이야긴 없지만 끝나고 나니 모두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여행 하루가 쌓이고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체인이 되었다. 적당히 나와 친구를 연결하였고 우린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다친 사람도 하나 없이 안전하게 말이다.

우린 한 숟가락의 국밥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늘 친구들끼리 모여서 한잔씩 마시고 자주 가는 순댓국 집에서 마지막 한잔을 들며 마무리했던 것처럼 그렇게 마무리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친구들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라다닌 여행에서 오랜만에 맛보는 여행에 즐거움을 일상에서 찾게 되어 좋았다. 일이 되어 버렸던 한 때의 여행에서 이젠 즐기는 여행으로 남았다. 이젠 계속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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