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로컬 크리에이터 최효주, 최승수
전국적으로 확산된 로컬 베이커리 열풍은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루어내고 있다. 특정 도시들이 소위 말하는 ‘빵집’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공삼삼 편집부는 강원의 로컬 베이커리를 찾아 평창에 다녀왔다. 평창군 평창읍의 청년이자 지역을 바꾸는 베이커리, 브레드 메밀을 운영하고 있는 최효주, 최승수 남매를 만났다. 지난 2016년 평창 올림픽시장의 어느 골목에서 시작된 브레드 메밀. 지역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로컬 베이커리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효주: 평창의 전통시장에서 위치한 3년 차 로컬 베이커리, 브레드 메밀을 운영하고 있는 최효주입니다. 이전에는 평창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3년 정도 베이커리를 운영했고 동생 승수가 고향으로 돌아오며 브레드 메밀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승수: 저는 브레드메밀을 함께 운영하며 음료 전문 공간인 평창다반사를 준비하고 있는 최승수예요. 브레드 메밀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효주: 어렸을 때부터 장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막연하게 무언가를 팔거나 손님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파티시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관심이 생겨 이후 자연스레 제과제빵을 배우고 매일 더 나은 파티시에가 되는 과정에 있어요.
승수: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었어요. 남양주의 청소년 수련원에서, 안암동의 고려대 병원에서 모두 계약직으로 2년을 있었어요.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서울에서 놀고 있던 차에 고향인 평창에 일자리가 생겨 내려온 거죠. 현실적으로 생계유지가 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우연치 않은 기회와 인연이 있어 평창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에요.
효주, 승수: 아무리 평창에 오래 살았어도 사실 이 골목을 잘 지나다니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이 골목에 왔을 때 굉장히 생소한 느낌을 받았어요. 오래된 적산가옥들도 주변에 있고 브레드 메밀의 자리는 비어있던지 꽤 오래되었었어요. 당연히 월세도 저렴했고요.
시장의 메인스트리트에는 메밀부침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요. 저는 조금은 색다르게 메밀 빵을 팔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전통시장을 생각할 때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가게만 있다는 편견 아닌 편견도 깨보고 싶었고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거리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시장에 들른 분들이 가볍게 찾아오게 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젊은 청년들이 시장 안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한다는 것을 대견하게 바라봐주는 시선도 있어 즐거워요.
효주, 승수: 전통 5일장이 열리는 곳이에요. 어르신들에게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죠. 평창에서는 사람들이 다 떨어져서 살거든요. (웃음) 그래서 장날에 서로 인사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렇기에 평창의 변화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전통시장인 것 같아요.
효주: 처음에는 그렇게 큰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일본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로컬이 있는 로컬 베이커리요.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빵을 만드는 것이 좋았어요. 반면 국내에 있는 베이커리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여느 베이커리를 가더라도 비슷한 빵을 파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저는 재미있는 빵집, 그리고 평창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평창에서 나는 감자와 곤드레 등 지역의 재료를 빵을 만들 때 사용하고 있어요.
더불어 저희 가게에 오는 원어민 선생님과 친해지면서 강원도 사람이 아닌 제삼자의 눈으로 강원도를 보게 되었어요. 농산물이나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빵 속에 담아서 이야기가 있는 빵을 만들고 있어요. 브레드 메밀의 빵은 스토리가 있고 의미가 있는 빵이었으면 해요.
승수: 평창다반사는 아직 브래드 메밀처럼 지역의 특색을 띠는 부분은 없어요. 그보다는 지역에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고 싶었어요. 대중화된 카페나 장소는 있지만 전문적인 메뉴를 취급하는 공간은 부족해요. 스페셜티 커피와 블렌딩한 티와 같은 것들이요.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는 지역에 맞는 시그니처 메뉴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지역에서의 평창 다반사의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효주: 제 기준으로는 빵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느냐에 따라 다르니까요. 재료에 대한 생각이 좋은 베이커리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내가 먹어도 건강한 빵은 기본이에요. 그리고 제가 만든 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판매를 할 수 없어요. 비교보다는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온전히 좋은 빵이 되는 것 같아요.
승수: 저는 주료 음료를 만들기 때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위기에 따라 판매자로서 음료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시는 사람의 경험을 생각하는 것이 평창다반사의 음료가 되었으면 해요.
평창은 메밀의 도시에서 올림픽 도시가 되었다.
평창에서 살아가는 두 남매의 시선을 통해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효주, 승수: 평창은 좀 오래 머물러야 ‘좋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도시예요.
한 번 오면 할 것도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침저녁의 향기도 다르고 소리도 다른 재미있는 도시예요. 오래 보아야 이쁘다는 말이 평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푸른색과 녹색의 도시. 브레드메밀의 빵에도 평창의 색처럼 쓴 메밀의 녹색 빛이 들어가 있어요. (웃음)
효주, 승수: 저희는 사실 올림픽 특수를 본 동네는 아니었어요. 경기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창 IC에서 30분 정도 들어와야 하니까요. 사실 KTX역이 생기면서 강릉으로 빠지는 사람도 많아졌고, 사실 올림픽 때 사람이 더 없었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니, 동계올림픽을 이야기하는 관광객들이 줄어든 것 같아요. 올림픽이 열린 평창의 북부와는 생활권이 다르다 보니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없어요.
효주: 저는 평창이 싫어서 나갔지만, 평창이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서울에서는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면, 지금은 시간을 다스리는 느낌이에요. 평창의 라이프스타일은 흘러가는 대로의 그런 삶이에요.
승수: 평창이 고향이기에 매일매일이 동창회고 단합대회죠. 편하고 외롭지 않은 삶이라고 말해보고 싶어요.
효주: 저희가 여기 있다 보면, 1인 여행객들을 많이 만나요. 혼자서 여행을 오면 굉장히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해요. 그래서 나중에는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싶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꿈이에요. 그런 것들을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브레드 메밀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가고 싶어요. 빵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를 이어주는 공간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승수: 앞으로 평창다반사는 전문적인 카페나 바의 개념을 넘어서 지역 청년들의 아지트가 되었으면 해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공간,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어떤 기획을 하는 장소로요. 남들이 볼 때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좋아서 하는 생각들을 기획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하고 싶어요.
강원, 우리사는 이야기
강원에 사는, 우리 모두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던 전화번호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로컬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를 표방하는 더웨이브컴퍼니의 <공삼삼 033>은 강원에 방문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그리고 강원의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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