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에 한 가지 생각만 담기 연습 #1
보이지 않는 것들 말고 또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사소한 것들.
단어가 주는 어감 자체가 '작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디테일'이라는 외래어를 차용하면 달라진다.
수술대 위에서 집도 중인 의사,
노트북이나 핸드폰의 칩을 만드는 공정,
자동차의 부품부터 소프트웨어의 코드 한 줄 혹은 명령어의 오타 하나,
유전자 염기서열의 한 '가닥'...
심지어 '미세조정 이론'의 관점에서는 우주의 물리상수들이 0.000000001이라도 달라지면 우주의 시작이나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2,000여년을 이어져 내려온 고대 문서 안이나 현대사회의 문서 속 한 글자, 한 획이 뜻을 다르게 한다.
제대로 닦여지지 않은 도마나 칼에서 번식한 세균이 아이들 식재료로 넘어가 식중독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부터,
병원에서 관리하는 동명이인 환자의 환자번호 한 자리에서 발생한 오류로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 ...
녹음할 때 작곡가에게도 익숙하지 않아 흔들리는 음의 피치Pitch, 음이탈이 되어 부끄럽게 한다.
(이번에 공개한 Blue Box 1절에서 발생한다. 물론 다른 곡에서도 있다. 전부 '데모곡'이라는 이름으로 만들면서 불렀기 때문에 불안정한 음정이 종종 있다.)
이번 주 어느 아침.
출근길 이중주차 '당해' 차주에게 연락을 했는데 10분 넘게 나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하니
'차 뺐는데 무슨 말씀하시는거에요?'
그제서야 핸드폰 10자리 수 중 하나를 잘못 눌러 연락한 걸 깨닫고 사과의 문자를 남겼다.
회사의 보고서에 기입된 금액이 0이 하나 더 붙느냐 아니냐 역시 큰 차이가 된다.
....
아내는 종종 나에게 '그렇게 사소한 것들 사사건건 신경 쓰면 안 피곤하냐'고 하지만 ...
나의 신경망은 이렇게 발달 되어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걸 어떡하나...
당신의 그런 한 마디에 나는 이런 많은 생각이 떠올라
그래서 사소한 것 중에 안 중요한 게 뭔지 찾고 있다.
(주: 이 글은 ‘대전일지’가 아닙니다)
‘ㅏ’다르고 ‘ㅓ’ 다른 나라의 한글 사용자라서 그런 걸까.
도대체 '사소한 것'중 에 중요하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아이가 머리를 묶고 나갈지,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그래, 이건 그나마 별로 안 중요한 것 같다. (근데 종종 아이들에겐 또 엄청 중요한 게 되어 외출 전 시간소모의 사유가 된다)
하지만 옷의 두께라는 게 사소한 게 되면 기온과 풍속을 고려하지 않은 옷 두께는 아이의 감기와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감기가 걸린 아이들은 부족한 수면으로 이어진다.
10월 초를 아이들이 감기로 시작했는데 그새 10월 말이라고 새 감기가 찾아왔나보다.
정기 업데이트인가...오후에 낮잠 후 놀러나가야 하는데 비가 내려 고민하다 우산들고 올라간 옥상에서 만난 무지개 (커버사진 참고).
예상치 못한 무지개를 만나 아빠와 딸 둘 모두 너무 신나했는데, 그 댓가인가
현실은 아래와 같이 흐린 하늘에 흐릿하게 보이는 무지개도 아래 사진의 무지개도 디테일을 조금 건들면 달라진다.
거창한 포토샵 작업이 아니라 아이폰 사진 앱 속 설정에 30초의 시간을 들여 조정했을 뿐인데 다른 느낌의 사진이 된다.
오늘 내가 무슨 색깔옷을 입고 나갈지?
물론 야간에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어두운 색이면 보험과실비율이 10%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보험사고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어이없었지만 야간운전자가 되어보니 이해가 됐다))
디테일/Detail, 내가 생각하기엔 언제나 중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라는 말처럼 계약조건의 작은 글자로 숨어있기도 하니깐.
작가님들, 독자님들.
사소한 데 중요하지 않은 것들.. 뭐가 있을까요?
제 '선택적 주관', selection bias를 부숴주세요.
아니, 어쩌면 한국어 단어인 '사소한 것'이라는 단어가 이미 '중요하지 않은 것'들과 '중요한 것들'과 구분하고 있는데, 나와 아내의 소통에서 사용된 细[xi] (섬세하다의 '세')라는 단어와 다른 색깔을 띄고 있기 때문일까요.
*한 글에 한 가지 생각만 담기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