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2)
PART 1: 둘째를 키우며 첫째를 기억하며
注: <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편은 2021년 둘째 출산 후 기록한 내용이다. 주로 심야에 아내가 수유를 마친 후, 트림을 시키고 재우는 역할을 도맡아하며 가슴팍에 갓난쟁이 둘째를 안고 썼거나, 새벽에 깬 아이들을 재우고 잠이 달아나 잠들지 못해 기록한 내용들이다. 현재는 2024년 아이셋의 아빠가 되었다.
첫째를 집으로 데려오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병원에서 집으로 갈 땐 신생아용 카시트가 있어야 한단 걸 알고 네이버에서 월 단위로 대여해주는 카시트를 준비했다.
도보로 출근하던 나에게 자가용은 불필요한 사치품이란 판단 하에 결혼 2년 차에도 차량은 구매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교회를 가거나 이케아에 가는 날은 집 근처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첫째의 출산 후 퇴원 당일, 불과 2킬로 미만에 사시는 부모님께서 데리러 오셨고, 구형 그랜드 카니발의 2열에 처음 해보는 카시트 장착 후 집으로 향했다. 엄마 뱃속이 익숙할 신생아에겐 6월 중순의 화창한 태양이 너무 밝은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다용도 천기저귀 한 장을 펼쳐 카시트를 가린 채.
둘째 출산 후 퇴원하는 날.
아무리 손녀를 예뻐하고 잘 놀아주시더라도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였다.
둘째를 위해 카시트가 준비된 내 차 대신 본인의 차량을 끌고 오셨다. 카시트 얘기를 하니 “어떻게 신생아를…카시트에 태워?!”라고 놀라신다.
작년의 일은 아버지에게 이미 잊힌 상태인 가보다.
결국 내가 아기를 안고 차에 타서 집에 갔다. 위법상황.
2006년 도로교통법의 개정으로 6세 미만의 아이는 카시트를 장착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50조(특정 운전자의 준수사항) ① 자동차(이륜자동차는 제외한다)의 운전자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좌석안전띠를 매어야 하며, 모든 좌석의 동승자에게도 좌석안전띠(영유아인 경우에는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한 후의 좌석안전띠를 말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60조제2항제2호에서 같다)를 매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질병 등으로 인하여 좌석안전띠를 매는 것이 곤란하거나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3. 3. 23., 2014. 11. 19., 2014. 12. 30., 2017. 7. 26., 2018. 3. 27.>
도착한 집은 아기 맞이 준비가 덜 된 게 느껴졌다.
그렇게 카시트에서 쌔근쌔근 잘 자는 아기는 그대로 침대맡에 두고 이제 두 손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게 실감 나는지 싱글벙글한 부모님과 늦은 점심을 함께 했다.
미혼 일 때는 모든 것을 미리 조사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결혼 후엔 시간이 모자랐어였을까. 아기를 데려온 집은 갓 이사 온 신혼부부의 어수선함만이 첫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 해봤으니 둘째 맞을 준비는 더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운동능력이 발군인 첫째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던 터라 만만치 않았다. 소파의 위치를 옮길 때마다 첫째가 올라가서 사고를 칠 변수가 계속 달라졌고, 베이비룸은 울타리로써의 역할을 겨우겨우 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둘째는 일주일 빨리 태어나게 되어 이번에도 역시 어수선한 집에서 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첫째 때는 그 힘없는 조그마함을 두 손에 올리기 너무 두려웠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한 번 해봤으니 괜찮을 줄 알았지만 획 가닥 넘어가려 하는 그 가녀린 목이 그릴 궤도가 두렵다.
분유 타는 건 첫째 때 마스터했다고 해야 할까. 끓이고 식히고 분유를 타고 다시 식히고. 접촉식 온도계로 매번 정확한 온도를 맞춘다고 오버했던 수많은 밤들.. 16개월 된 첫째 기저귀는 지금은 수면등도 키지 않고 갈 수 있는 배테랑이지만 둘째의 1단계 기저귀는 역시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산후도우미 배정 일정도 담당 관리사도 꼬여서 병원에서 퇴원한 후 4일은 가내수공업으로 처리해야 했다.
이런 상황을 들으면 누군가 이렇게 물어볼 것 같다.
왜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았나요?
우린 거창한 자연주의자들은 아니다.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멋진 콘셉트는 동경했으면서도 막상 우리가 할까 생각해보니 다른 게 보였다.
기존 의료시스템에 대한 비평이 차별화 마케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가 별생각 없이 도전해볼 금액도 아니었다. 만약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결국 병원행이라는 것도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었다.
산후조리원 역시 그렇게 느껴졌다. 산모에게는 몸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핵가족이 디폴트가 된 우리 시대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이 산후조리라는 중요한 임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거다. 특히나 제왕절개라도 하면 산후조리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난 회사로부터 도보 10 거리에 신혼집을 얻어 살고 있고 점심시간도 집에서 보내고 퇴근시간도 5시, 심지어 코로나19로 재택근무 권장 기간. 본가는 도보 20분 거리.
결혼 후 신혼여행이 당연한 것처럼 출산 후 산후조리원도 당연한 것처럼 들어왔다. 하지만 당연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연습해오던 우리는 무엇이 아기에게 가장 좋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산후조리원의 초점은 산모의 회복이다. 그리고 신생아는 어떻게 보면 그걸 방해하는 존재로 해석하는 것 같았다. 쉬어야 하는 산모의 잠을 방해하고 체력 화복을 방해하는 안티 히어로. 그나마 귀엽다면 그 앞에 큐티 두 글자를 더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과학 다큐멘터리를 통해 또 직접 겪어 본 아기와 엄마의 관계는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았다. 아기와 엄마는 서로를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다.
아기와의 신체접촉을 할 때 엄마의 몸에선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다들 걱정하는 산후우울증을 예방하는 자동처방인걸지도 모르겠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아 유방을 비워주지 않으면 엄마의 가슴이 아프게 된다는 것도 가슴 아프면서도 신기한 사실이었다.
신생아에게 엄마가 생존의 필수라는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 거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가히 공생관계라는 과장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기와 엄마가 최대한 가까이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선택지라고 생각됐다.
아기 입장에서도 그렇다. 어둡고 따뜻한 엄마 배속에서 나와 효율적인 의료 관리를 위한 밝은 곳에서 또래 신생아들이 울며 수면을 방해받는 공간에 있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있었다.
그래도 효율적인 전문가의 손길이 있으니 더 안전하지 않을까? 리스크 회피 성향의 난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능숙함 속에서 느껴진 차가움이 있었고 효율을 위해 움직이는 손길의 차가움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에겐 업무이고 나에겐 “내 새끼”이니 감성적으로는 디테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길이의 손톱으로 우리 아가 입술을 만지시다니?!
아기 입장에서도 출생 후 첫 몇 주간 계속 변화를 겪게 되는 것 같았다. 분만실-병원 신생아실- 조리원 신생아실-집, 이미 엄마 뱃속과 다른 이 세상의 큰 변화를 겪고 있을 아기에게 적응할 환경의 수를 늘려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첫째 때는 산후조리원을 고민할 무렵 산후조리사가 코로나19에 걸려 가족이 감염되는 사례도 뉴스에서 들렸기에 위와 같은 일련의 생각 위에 감염 리스크를 낮추는 선택으로서 집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물론 아내가 산후조리원을 경험하길 원하면 나도 흔쾌히 정도는 아니지만 기꺼이 보낼 마음의 준비는 된 상태였다.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는 동안 나도 곧 시작될 만성 수면부족을 대비해 미리 잠을 자둘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기가 나오면 한동안 만나지 못할 친구들을 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스쳐 지나갔으니 …… (애기랑 아내 보러 안 가고??!)
그렇게 우리는 생후 3일 차의 둘째와 500 여일 된 첫째와의 연년생 육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셋째를 낳고 역시 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경험 삼아 가보려 했지만, 소아과 의사부부 하정훈&정유미 선생님들의 유튜브 내용(1), (2)이 정말 와닿았고, 경험한 바와 일치했다.
그래서 이번엔 100% 모유수유에 도전했고 정말 그대로 하니 그대로 됐다.
산부인과 근로자들의 불안마케팅에 동요하지 않고 원래 모체와 영아의 자연스러운 흐름대로두니 순조로웠다.
*초유는 원래 적은 게 맞고, 그 때 아이의 위는 정말 작아서 아이도 그거면 된다.
보통의 경우, 걱정된다고 분유 보충 안해도 되고, 엄마의 유두보다 실리콘 젖꼭지를 선호 하는 아이가 훨씬 더 걱정해야할 대상이다.
(어쩌면 우리 부부가 평소에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로 하는 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고 셋째 자녀라는 게 도움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 둘 다 술, 담배는 커녕 커피도 과자도 인스턴트 라면도 먹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