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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Mar 07. 2024

두번째 Day 1: 출산

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1)

PART 1: 둘째를 키우며 첫째를 기억하며


注: <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편은 2021년 둘째 출산 후 기록한 내용이다. 주로 심야에 아내가 수유를 마친 후, 트림을 시키고 재우는 역할을 도맡아하며 가슴팍에 갓난쟁이 둘째를 안고 썼거나, 새벽에 깬 아이들을 재우고 잠이 달아나 잠들지 못해 기록한 내용들이다. 현재는  2024년 아이셋의 아빠가 되었다.


가족분만실에서 둘째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힘들어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호흡을 리드해주거나 진통이 없어진 때에 긴장한 아내의 승모근을 이완시켜주는 거밖에 없었다.


원장 선생님이 들어오는 걸 기다리던 의료진들은 아내의 진도가 너무 빨라 당황한 기색이었다.


첫째를 낳을 때도 그랬다. 아침 7시에 시작된 유도분만. 중간에 담당교수님께서 점심 먹고 나올 수 있으니 여유롭게 기다리란 말을 한 게 무색하게 아기는 11시 반이 되지 않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첫째 때는 세상에 갓 나온 아기를 대하는 의료진의 전문적 손길이 그렇게 사무적이고 거칠게 느껴졌었다. 첫눈에 봐도 부드러워 보이지 않는 수술실의 그 녹색천으로 회색빛 태지를 닦아내던 의료진. 그 옆에 놓인 스테인리스 기구와 아기가 부딪히진 않을까 신경 쓰였다.


책에서 읽은 바로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엄마 품에 안겨주면 좋다는데, 굉장히 형식적으로 가슴팍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어주고는 투명한 통에 첫째를 넣고는 신생아실까지 따라오라고 했다. 아내는 아직 분만대 위에서 마무리 처치를 받고 있어서 떠나고 싶지 않던 나는 지금 바로 가야 하냐며 아내 곁에 있고 싶다고 버텼다. 그랬더니 아기가 바뀌지 않았다는 확인을 위해 내 동행이 필수라고 했다. 그렇게 아내를 뒤로 한 채 병원의 길고 복잡한 길을 걸었었다.



이번은 달랐다. 엄마의 몸 밖으로 나온 아기는 아내의 맨살 위에 안겨졌고, 그 둘 위로 이불이 덮어졌다. 그걸 ‘캥거루 케어’라고 했다. 원장님은 아빠가 산모와 아기를 위해 기도해줄 수 있냐고 했다. 10시에 시작돼 11시 38분에 마친 급속 순산에 대해, 또 이번엔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에 아기가 안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의료시설과 이 과정에 참여한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이번엔 그 타이밍에 기도 때문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난 둘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아빠도 캥거루 케어를 하려면 샤워를 하고 와야 한단다.


첫째 출산의 기억

첫째 맞이 때는 아내가 나에게 아기가 나온 걸 보고 울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땐 다들 맞는다는 무통주사도 거부하고 새 생명을 낳은 아내. 그녀에 대한 존경심과 상급 의료기관의 효율에 최적화된 차가움에 불만 아닌 불만에 울컥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아기는 태어난 지 몇 분 되지 않아 다른 층의 신생아실로 옮겨져 혼자 아닌 혼자가 되었으니 어떤 감상과 감탄을 할 겨를이 없었다.

첫째 출산 후 모든 조치가 끝난 채 분만대 위의 아내는 춥다고 외쳐댔었다. 의료진들은 분주히 수술장비를 치우고 바닥을 닦았지만 아무도 아내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기억에 미리 당부한 바를 현장의 간호사들이 지켜줬기에 난 아내에게 춥지 않냐고 묻고 아기를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샤워를 하러 갔다.


내가 돌아왔을 때 아내와 아기는 아직도 밀착해있었다. 난 “내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정오를 향해 달리는 햇빛이 커튼에 스며드는 가족분만실에서 지난번엔 느끼지 못한 안도감을 느꼈다.


첫째는 프로토타입이었던 걸까, 아내와 나의 DNA가 이번엔 좀 더 잘 섞인 걸까. 둘째는 첫날부터 조금 더 사람다운, 그것도 예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오십분이 지났을까, 간호사님이 나에게 우리가 머물 호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난 민망하게도 요청에 따라 웃통을 까고 병실 안 소파에 누워 아기를 내 가슴팍에 기대게 했고 간호사님은 내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렇게 둘째는 태어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아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쌔근쌔근 잠들었다. 아기의 온기와 숨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들어와 침대에 누웠고 우리 셋은 약간은 더웠던 그 방에서 함께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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