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3)
PART 1: 둘째를 키우며 첫째를 기억하며
注: <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편은 2021년 둘째 출산 후 기록한 내용이다. 주로 심야에 아내가 수유를 마친 후, 트림을 시키고 재우는 역할을 도맡아하며 가슴팍에 갓난쟁이 둘째를 안고 썼거나, 새벽에 깬 아이들을 재우고 잠이 달아나 잠들지 못해 기록한 내용들이다. 현재는 2024년 아이셋의 아빠가 되었다.
산후조리원을 "패싱"하고 집에 온 만큼 내가 집에 있는 동안은 아내를 제대로 케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평일에 구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을 해주는 산후관리사가 9-6시에 방문한다. 산모의 식사를 준비해준다거나 신생아 목욕을 시켜준다거나 하며 산후조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사업이다. 회사 근처로 집을 잡은 나는 점심시간엔 집에 와서 아기 얼굴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안아주고, 기저귀 한 번 더 갈아주고, 상황에 따라 분유 한 번 먹여주거나 하며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했다.
밤에는 아내는 수유만 하고 바로 누울 수 있게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이 생활했다. 회사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지만 애당초 사랑이란 건 효율로 움직이지 않지 않는다.
만약 둘째와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2주 내지 4주를 보내고 왔다면?
(1) 난 아마 그 기간동안 잠을 푹 자며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겠지만 생후 4일 차부터 생후 2-4주까지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금처럼 세세하게 보지 못했을 거다.
수유 후 잠이 들 때까지 혹은 잠이 달고나서 초 단위로 변하는 다양한 표정을 보자니 시스템 업데이트 중인가 싶을 때도 있다.
(2) 물론 이 무렵의 신생아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아기 엄마가 얼마나 애절하고 처절한 노력을 해야 하는 지도 직접 경험하지 못했을 거다.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당연히 3교대, 2교대로 충분히 쉴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아직은 긴 잠을 잘 수 있게 해 줄 정도의 “식사량”도 배부를 정도로 먹을 체력도 없다. 팔, 다리, 얼굴 도대체 어디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걸지 궁금할 정도인 아기의 근육들 중 이 무렾 가장 치열하게 사용되는 건 입으로 빠는 동작을 담당하는 근육군일 거다. 얼굴이 벌게 질 정도로 열심히 빨다 보면 지칠 만도 하다.
그래서 2,3시간마다 한 번 수유를 해야 하는데 수유를 하는 걸리는 시간 (15분에서 50분 사이)과 역류방지를 위해 안고 있는 시간 (15-20분). 그런데 그 중간에 기저귀를 적시면 갈아줘야 하고…… 잘못 걸리면 30분 수면시간 확보도 힘들 수 있다.
일단 잠이 들었다 하면 푹 쉴 수 있을 것 같지만 모유가 아닌 분유를 타서 먹였다면 젖병을 빨다가 들어간 공기가 수유 후 트림을 통해 나오지 않으면 가스가 되어 배를 아프게 하는 복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 잘자던 아가는 방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붐박스가 되고… 아기 엄마의 이미 마이크로한 수면은 긴장감 가득한 불면으로 교체된다.
남편이 일터에서 돈을 버느라 수고했으니 밤엔 잘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따로 자는 친구 부부도 있다. 하지만 육아는 (특히 신생아부터 백일 전) 태초부터 솔로 잡, 혼자 감당할만한 일이 아니지 않나 싶다.
(영화에서만 보다가 최근엔 한국의 예능에서 까지 나타난 홀몸 임신, 솔로 육아. 결혼은 하기 싫은데 아기는 갖고 싶어 혼자 인공수정을 해서 출산을 하고 싶다…? 과학이 임신을 도울 수 있어도 육아를 돕는 데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건 적어도 두 사람이 필요하다. )
그나마 군대에서 불침번도 서봤고 체력도 훨씬 좋은 남편이 대체 불가능한 수유를 제외한 다른 파트를 담당해줘야 ㅡ 아내가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난 아내에게 수유의 임무만 맡기고 다른 나머지를 처리해왔다.
물론 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있었다.
첫째가 한 살이 지난 시점이었을까 첫째를 목욕시키며 아내에게 분유 타는 것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내가 분유를 미숫가루 타듯 타는 거다. 40도의 물을 다 넣고 분유 분말을 넣었다. (옳은 방법: 먹던 국산 분유는 70도인 상태에서 물의 양 반만 넣고, 분유를 타고, 다시 물을 넣고 녹인다) … 아, 아내는 모유 수유만 담당해서 분유 타는 법을 몰랐던 거다.
아무튼 아내의 부담 덜어주기…… 아기가 혼자 일 때는 이게 가능했다. 이젠 아기가 둘이니 상황이 다르다.
분담을 해도 1:1 맨투맨 수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첫 2주간은 본가에서 지원병력을 파병받았다. 아직 건강한 58년생 어머니의 출동 덕분에 난 첫째를 키웠던 밤처럼 아내에게 수유 이상의 부담은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수유 후, 아내 침대로 돌아가 눕고 내가 아기의 트림을 기다리며 아이를 재우는 패턴. 자다가 아기가 칭얼대면 먼저 가서 기저귀를 확인하고 가는 패턴.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땐 다리를 역류방지 쿠션 대용으로 아기를 허벅지에 기대 뉘어 위에서 다음 소화기관까지 내려가길 기다리며 핸드폰을 아기 몸과 최대한 멀리하여 살 시간이 없어 사지 못한 물품을 산다거나 브런치에 아가를 보며 느끼고 생각나는 것들을 적었다.
한 편, 약 2주 야간을 첫째의 전담 마크를 하시고 체력이 고갈되신 어머니는 휴가(?)를 신청하시고 본가로 요양을 가셨다. 이제부터가 본방이다.
‘첫째는 아빠가 재우고 둘째는 엄마가’라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나누기를 적용하게 됐다. 첫째 땐 많은 걸 2인 1조로 했기에 효율이 떨어졌었다. 한 사람이 목욕시킬 때 다른 사람이 청소나 설거지를 한다는 당연한 방법 대신 둘이 같이 목욕시켰다.
물론 함께해서 좋은 점도 많았다. 누가 더 쉬운 업무를 맡았다는 비교 없이 목욕도 산책도 같이.
(하지만 동영상을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할 수 있는 설거지의 경우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긴 했다.)
물론 내가 없는 동안 아기를 돌보느라 지친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려고도 하지만 아내는 늘 이렇게 말했다.
“오빠 없이 혼자 나가는 건 재미없어”
그런 말을 들으면 짠하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난 혼자 나갈 수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게 느꼈을 테니깐 (미안, 여보).
(하지만 나간 적은 없다)
이 무렵의 신생아는 표정의 변화가 빠르고 다양하다. 천사 같이 귀여운 아가 얼굴이었다가 어떤 때는 사우나에서 나온 회사 부장님 같은 불만 가득한 표정, 또 어떤 때는 세상 행복하다는 듯이 배시시 웃는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기다리는 1초가 영겁의 시간인 양 처절하게 울어재낀다.
먹다가 잠드는 건 부지기수. 하지만 자칭 타칭 전문가들을 모두 유튜브에서 먹다가 잠들게 두면 안된다고 가르친다. 먹고 나서 놀다가 잠드는 “먹-놀-잠”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고. “먹-잠-놀”이 되면 엄마가 쉴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조언이고 그걸 목표로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걸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다.
수유 후, 역류방지를 위해 아기를 허벅지에 앉혀 트림시키는 10분, 주로 이미 잠든 상태라 트림 소리를 듣기 힘들다. 그럼 추가로 10분 이상 수유 발판에 발을 디딛고 경사를 만든 상태로 아기를 기대 눕혀둔다. 아예 깊은 잠에 든 경우 지금처럼 아기의 몸과 최대한 멀리 핸드폰을 두고 브런치에 끄적인다.
이 20분 (그날 토라도 한 날은 30분) 동안 아이의 표정 변화를 관찰하거나 뱃속에서 이곳저곳 나는 꾸룩꾸룩 소리를 들으며 ‘아, 이제 소화가 좀 더 됐구나’ 하고 안심하고 눕힐 수 있는 마음 가짐이 된다. 조심 쟁이 아빠 같으니라고.
한편 첫째를 키우던 이 무렵의 나는 내가 모성애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기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숭고한 어머니의 희생은 그저 아이가 태어났다고 발현되는 게 아니었다. 그건 부성애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첫째를 키우던 첫 2주는 매일 밤 아기의 숨소리에 귀 기울여 가며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둘째를 키우는 지금은 이렇게 아이를 품에 기대게 하고 방금 마신 모유가 허비되지 않도록 하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 장족의 멘탈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의 웃음 포인트:
아기가 모유 수유를 하고 토를 한 오늘, 아기가 토한 것에 속상하고 걱정되는 나. 내 앞의 아내 왈: ㅜ
“아, 아까워!” ……
그렇게 오늘도 아내 덕분에 웃고 첫째의 발랄한 비언어적 소통에 웃고 둘째의 입과 몸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웃고 피곤함 위에 웃음을 덕지덕지 붙이며 잠이 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