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8)
PART 1: 둘째를 키우며 첫째를 기억하며
注: <연년생 금메달, 아빠의 기록> 편은 2021년 둘째 출산 후 기록한 내용이다. 주로 심야에 아내가 수유를 마친 후, 트림을 시키고 재우는 역할을 도맡아하며 가슴팍에 갓난쟁이 둘째를 안고 썼거나, 새벽에 깬 아이들을 재우고 잠이 달아나 잠들지 못해 기록한 내용들이다. 현재는 2024년 아이셋의 아빠가 되었다.
1. 첫째를 키울 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떠올려본다.
그날 아침, 우리는 부모님 댁에서 자고 일어났다.
이제 막 잘 앉고 기는 이동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한 시점. 베개 같은 걸로 둘러쌓면 아직 넘어가지 못하는 정도. 첫째는 아기 침대에서 자다가 잠에서 깨면 일단 소리를 내서 우리를 불렀다. 그래서 방심했던 거였을까, 난간도 없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하하 호호하며 식사를 마칠 무렵. 어머니와 아내가 신나서 큰 소리로 얘기하고 있던 중, 쿵- 소리가 났다. 불길한 예감에 아기를 두고 나온 방으로 달려가던 중, 이어진 울음소리.
첫째는 바닥에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그런 앙기를 안고 한참을 기도하며 자책하며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검색해서 확인한 바로는 다음에 대해 주의하라고 했다.
- 토하지 않는가
- 잠에서 못 깨어나지 않는가
- 평소에 잘하던 걸 못하게 되지 않았는가
- 걷던 아이면 걷는데 이상이 없는가
아직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던 때라 첫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확인하고 좀 안심할 수 있었다.
나중에 공부 못하면 아빠 때문이라고 할 텐데….
이런 농담 반 진담 반의 걱정을 던질 수 있을 때 즈음이면 아기의 엄마도 아빠도 조금 안심한 상태이겠다.
첫째는 점점 이곳저곳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더니 이젠 콘크리트 모서리가 아니면 부딪혀도 울지 않는다. 심지어 어제는 쇼파에 앉아서 바닥에 앉아있는 나와 놀다가 갑자기 내게 박치기를 하더니 아파하는 나를 보고 웃을 정도이다…
2. 이런 낙하 사건 외에 그다음을 꼽자면 그건 분수토. 아이의 작은 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듯한 토사물. 웩웩 거리는 소리는 물론 소화기관의 꿀렁꿀렁거리는 소리. 마치 ‘내 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징징거림.
토를 한 후 역학조사를 하여도 2-4개 정도의 다른 원인으로밖에 수렴되지 않기 때문에 진짜 원인이 뭔지 가정집에서 알아내긴 한없이 힘들 뿐이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누구의 탓”으로 들리지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런 분수토는 시각적으로 익숙해지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 볼 때나 두 번째 볼 때나 충격적이다.
둘째는 첫째에 비해 잘 안 먹고 자주 토하는 편이다.
아직 목도 못 가누고 첫째에 비하면 입이 짧다. 젖병이 입에 닿을 때 그 한약 먹는 표정이라고 해도 믿을 울상이 압권이지만 쌩글쌩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있다가 토가 뿜어 나온다. 먹은 것도 얼마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나 많이…
워낙 안전제일 리스크 회피 모드로 살아가서 일까? 감사하게도 첫째 딸은 고열 발생도 설사 배탈도 없니 16개월간 생존에 성공. 워낙 발랄하고 운동신경이 좋아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지만 예방접종 외엔 병원 갈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주, 오전 재택근무를 한 후, 오후는 출근 후 업계 행사에 참여가 예정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회사에 갈 준비를 하던 중, 한창 졸려하는
첫째를 재우고 출근을 하려는데 갑자기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꾸룩꾸룩.
재빨리 화장실로 발을 옮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첫째 입에선 한 번도 씹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귤 조각과 위액이 섞인 삶은 감자가 듣기 거북한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아주 천천히.
토사물이 화장실 타일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첫째의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를 연거푸 읊조리며 어깨와 팔을 적시는 요구르트향 가득한 액체가 식어가는 걸 느끼고 있자니 아내가 다급하게 말한다.
“오빠는 출근해야 되니깐 빨리 애기 나한테 줘요”.
고민된다. 오후엔 참석해야 하는 외부행사가 있는 날이다. 그렇게 한 시가 다가왔고 토가 멈춘 첫째는 졸려하며 눕겠다고 표시한다.
내려놓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안아달라고 한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 구토는 두세 시간 내에 또 나올 거란 걸 알기에 머리는 이미 팀장님께 보고하는 문장이 구성 중이다.
아직도 좀 더 게워내어야 하는지 첫째의 몸은 계속 꾸륵소릴 냈고 또 소화되지 않은 하얀 덩어리가 나왔다. 외부행사에 같이 참석하기로 한 본사 팀장님과 직속 팀장님께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또 몇 번을 눕히고 토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내 품에 안긴 채로 자도록 쇼피에 앉았다.
아이의 숨소리와 체온, 점심때 먹으려고 차려놓은 닭볶음탕, 둘째 수유 후 방에서 잠든 아내. 오늘 첫째랑 놀아준다고 왔다가 토하는 아기를 보고 괜한
자책감의 여동생. 여러 가지가 뒤섞인 오후.
반차를 낸 꼬르륵 소리를 내던 내 배는 어느덧 식사할 수 없는 오후인 걸 납득한 듯 조용해졌다.
첫째는 그렇게 두 시간 반쯤 내 품에서 자고 일어난 후 연거푸 물을 마셨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하게 돌아다녔다.
트라우마라는 거창한 단어를 썼지만 이 정도를 트라우마라고 부를 수 있는 현실은 감사한 일이다. 어느 덧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이 생명의 무사함은 사실 매일 감사해야할 일이니깐.
그만큼 모험을 시켜주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직 더 기회가 있으니깐.
(실시간으로 기록된 2021년의 글들은 여기까지이다.
여섯번째 브런치 작가 신청 실패 후 육아 관련 글은 한국어로 기록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이 시간들을 놓치기 싫은 마음은 늘 한 켠에 있었다.
사진과 영상이 그걸 대체해줄 수 있길 바랐다.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찍을 수 있는 장면이 있는 반면,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놓치기 쉬운 순간들이 있는 법. 그래서 하루 하루 기록을 하는 게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2024년, 다섯번째 신청 후, 브런치가 나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감사해요.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