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골린이”이기 때문에 나는 골프 하는 나는 그저 골프 초보라는 것으로만 드러날 줄 알았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강사님과의 첫 레슨에서 다 드러나고 말았다.
“초면에 실례일지도 모르는데, 성질 급하시죠?”
강사님께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장난스럽게 물으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다른 모임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행동이 그렇게 급하지 않아서 교실에서도 보통 제일 늦게 나오는 부류고 다른 모임들에서도 급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유형이었다. 특히나 기존에 배웠던 헬스, 요가, 필라테스, 줌바, 벨리댄스, 에어로빅 등 다른 운동 강사님들께도 이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더욱 놀란 것은 바로 사실 내가 정말로 성질이 급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떻게 그게 초면인 강사님께 드러났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실제로 내가 성질이 급하다는 것은 나 혼자 연습할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스크린에 “Ready”라고 뜨면 스윙을 해야 하는데, 공을 치고 티 위로 공이 올라오고 난 뒤 약간의 시간이 있어야 화면에 준비가 됐다는 글씨가 뜬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티에 공이 올라오자마자 치곤 한다. 이유야 연속해서 칠 때 가속이 붙으면서 마지막에 치는 느낌이 절정을 맞는 것 같은 묘한 희열이 있어서 그러는데, 성급하게 친 공들은 결국 스크린이 정지를 하면서 무효화된다.
또 다른 레슨 때는 강사님이 내가 자신감이 넘친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나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빨리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 휙 스윙을 하는 내가 자신감이 넘쳐 보였나 보다. 강사님의 근거는 다른 회원들과의 비교였다. 즉, 다른 회원들은 주저하거나 동작이 작거나 조심스럽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이 또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성질이 급한 내 성격과 연결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강사님 눈에는 자신감으로 비쳤나 보다.
아예 생각지도 못한 나의 한 면이 드러날 때도 있다. 레슨 중에 강사님이 “FM 스타일”이라고 하신 부분이다. 아마도 내가 강사님이 알려주신 모든 동작을 그대로 하려고 애써서 그런 것 같은데, 어쩌면 원리원칙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나의 성향을 읽으신 걸 수도 있겠다. 나는 학창 시절 쭉 개근상을 타 왔고 약간 고지식할 정도로 규율을 따르려는 경향도 존재한다. (실제로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이 골프에서 드러나는 건가? 강사님이 말씀하신 FM 스타일이 좋은 의미인지 아닌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안에 있는 성질의 일부를 발견해주신 것 같아 신기했다.
이렇게, 골프를 배우고 피드백을 들으면서 나는 나에 대해 더욱더 알아간다.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치고 어떤 부분들이 보이는지 하나씩 깨달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