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월이 오니
돌덩이를 가슴에 가득 넣고 걸어 다니는 것처럼 무겁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무거워서 일어나기도 힘이 부칩니다.
물이 가득 차서 터질 것 같은 댐 같기도 합니다. 눈물이 배어 나오는 날도 있고 터져서 막기 어려운 날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충격이 가시기 전이어서 1년 지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다르네요. 이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2년이 흘렀는지 기가 막히기만합니다.
매일 페이스북 자살 생존부모 모임에 들어갑니다. 요즘 회원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얘기들을 그곳에서 합니다. 아들 사진도 마음껏 올리고, 아들 자랑도 마음껏 합니다.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습니다.
매일 그림도 그립니다. 종이 위에는 눈으로 본 것을 그리고, 마음속에는 속으로 곱씹는 생각을 그립니다. 씹고 또 씹어 곱게 되면 종이 위에도 그리게 될 수 있을까요?
그림에 차를 마시던 사람은 어디 갔을까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과 읽던 책을 팽개쳐두고서. 사람은 창밖에 있습니다. 아들을 한번 안아주고 돌아와서 아직 따뜻한 차를 마시고 읽던 책을 다시 집어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