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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신화

by 사아

내가 그 순간을 기억하는 건 아니야. 신화는 남의 입에서 시작되거든.
창백한 형광등 아래서 내가 울었고, 엄마는 거의 안 들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대.
“…사아.”
아무도 안 물었지. 태어나고 싶은지,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이 집 애로 살 건지.
겉으론 멀쩡한 집이었어. 평일에 학원, 주말엔 외식, 방학이면 비행기 타는 집. 근데 다 풍선 같은 거였어. 엄마가 혼자 불어넣은. 처음 터진 건 내가 다섯 살 때였지.
어느 날 친척들이 떼로 집에 들이닥쳤어. 다 굳은 표정으로. 조금 뒤에 누나랑 나는 엄마 친구 손에 끌려 중국집에 갔지. 짜장면만 먹고 집에 다시 돌아왔고. 모두가 사라진 다음에.
그날의 기억, 찝찝한 공기. 못 잊었어.
스물넷쯤이었을 거야. 엄마한테 물었어. 엄마는 내가 기억할 줄 몰랐는지 당황하더라. 한참 버티다가 말해 줬어.
장 보러 집을 나섰는데 현관문에 립스틱으로 욕이 적혀 있었대. 아버지랑 바람나서 커플링까지 맞춘 술집 여자 짓. 버림받았다고.
누나와 나는 자고 있었대. 엄마 혼자 나가 세제 묻힌 스펀지로 현관문을 문지른 거야. 철문 요철이 손바닥을 벗겨도 안 멈췄고. 그리고 묻었지. 없던 일처럼. 본 것도 못 본 척. 깨진 것도 안 깨진 척. 그래야 가족이 다음 날로 이어졌으니까.
엄마는 사건 다음 날도 밥을 차렸어. 아버지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이 소설은 텀블벅을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