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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신화

by Saa

8학년을 마친 여름방학, 잠깐 한국에 들어왔어. 아버지가 혼자 살던 7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네 식구가 지냈지. 출국을 일주일 앞두고 큰집에서 제사를 지냈어. 끝나고 다과상에 둘러앉아 죽이고 있었지.
“애들아.”
큰엄마가 입을 열었어. 우리는 반사적으로 엄마를 봤는데, 엄마가 시선을 피하더라.
“너희 집 지금 많이 힘들어. 다시 못 돌아갈 거야. 너희 엄마가 말을 못 꺼내겠다고 해서, 내가 대신 하는 거야.”
엄마가 울더라. 소리도 없이. 볼을 타고 내려온 게 손등에 떨어졌어. 나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렸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으니까.
아버지가 멀쩡한 직장을 걷어차고 사업을 벌였는데 다 망했대. 거기다 엄마 명의까지 끌어다 벌인 일도. 가족이 통째로 빨려 들어간 거야.
그 뒤로는 그 오피스텔에 네 식구가 구겨져 살았어. 잠깐 머무는 줄만 알았던 그곳에서.


몇 달 뒤 어느 밤이었어.
아버지가 말없이 나갔어.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마랑 누나 얼굴이 하얘졌지. 마포대교가 가까웠으니까.
엄마랑 누나는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어. 나는 좁은 방에 혼자 남았고. 이십 분쯤 지났을까. 식탁 위 핸드폰이 울렸어. 아버지 거. 망설이다가 받았어.
“여보세요.”
상대는 대답이 없었어. 짜증이 나서 다시 물었지.
“누구세요.”
“누구세요…?”
젊은 여자 목소리였어. 반문하더라.
“아들인데요.”
뚝.
전화는 끊겼어. 플라스틱이 귓바퀴에 눌리는 감각만 선명했지.
조금 뒤 엄마랑 누나는 아버지랑 같이 돌아왔어. 그 밤, 누구도 잠들지 못했는데 잠든 척했지.
다음 날 아버지가 나한테 전화해서 물었어. 어제 자기 전화 받았냐고. 누구냐니까 돌아온 건 ‘아니야’뿐. 그러고는 갑자기 학교생활을 물었어. 말끝을 흘리더라. 그래도 더 파진 않았어. 엄마한테도, 누나한테도 말 안 했고. 대신 그날 밤부터 아버지 전화벨이 울리면 엄마를 쳐다봤어.





(이 소설은 텀블벅을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