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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l 11. 2021

사내 정치의 모든 것

정치질 하는 그 사람 때문에 회사 다니기가 싫어!

팀장이 자기 라인 챙기는 거 봤어? 지들끼리 다 해 먹으려고 아주.


사내정치라 불리는 행위들은 조직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많은 이들이 조직에서 무슨 정치냐고 혀를 차겠지만 조직이라면 어디나 정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할 때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가 사람별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는 이렇게 일을 하고 싶은데, B는 저렇게 하고 싶다고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권력이 완벽하게 수평적으로 분포된 조직은 존재할 수도 없고 사실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다. 조직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점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1인을 중심으로 철저한 위계서열 시스템이 구축될 이유도 없다. 그래서 권력을 얻기 위한 행동 혹은 권력에 의해 지배받지 않기 위한 행동 즉 정치라는 행동은 모든 조직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게 무슨 사내정치냐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조직 내의 정치질은 상당수가 표출되는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이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다른 정치행동들과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팀장이 되기 위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과 다른 팀장을 욕하는 것은 더 많은 권력을 획득한다는 목적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그 방법론에 있어 사람들의 지탄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 (게다가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 반응 또한 '사내정치'라는 말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게 만든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내정치라는 것은 없어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내정치의 양상이 존재하고 이는 때때로 조직을 망치기도 한다. 덕분에 사내정치를 없애려는 시도는 많은 조직에서 있어 왔다. 그런데 앞서도 이야기했듯 사내정치는 없앨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실제 사내정치가 작동되는 양상을 살펴보면 동일한 직급(팀장 사이 혹은 팀원 사이) 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직급은 통상 비슷한 수준의 권력 즉 의사결정과 관련해 비슷한 수준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상대보다 더 많은 결정권을 갖기 위한 행동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상대보다 더 많은 결정권을 갖기 위해 더 좋은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사내정치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상대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내가 더 많은 권력을 얻어도 되지만 상대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서로가 잘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한 사내정치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까는 것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것은 조직의 시너지를 내기는커녕 조직의 역량을 깎아먹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옆 팀장이나 팀원의 실수와 실패를 강조해서 평가하는 것을 넘어 실수를 방치하거나 심하면 실패를 유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조직을 망하게 만든다.  


동일한 직급이 아니라 직급이 다른 상황에서도 사내정치는 발생한다. 하급자 입장에서의 사내정치는 권력이 자신에게 덜 작동되기를 원하는 즉 지배를 덜 받기 위한 행동 차원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급자 입장에서의 사내 정치는 자신의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팀장보다 해당 업무에 대해 더 잘 알고 전문적인 팀원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고, 똑똑한 팀장이 일사불란하게 팀을 운영하게 만들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게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누가누가 더 잘하냐 식의 긍정의 경쟁 방식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많은 경쟁은 긍정적인 방식으로 시작되었다가 온갖 꼼수와 상대 깎아내리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쟁은 결국 조직의 해체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족도 심하게 싸우면 인연을 끊는데 일로 만난 사이에서 얼굴 붉히며 싸운 뒤에 계속 만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럼 사내정치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사실 권력을 두고 일어나는 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잘해야 한다. 바로 CEO다. 권력이 매우 수평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조직이라 할지라도 CEO의 영향력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CEO가 누군가를 칭찬하느냐 꾸짖느냐에 따라 해당되는 사람의 권력이 변화하기도 한다. 사실 방금 전의 문장이 강하게 실현되는 곳이라면 사내정치가 난무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 CEO의 메시지에 중간관리자를 비롯한 직원들의 권력이 즉각적으로 바뀐다면 많은 이들이 CEO의 일거수일투족 더 나아가 심기까지도 살피고 있는 조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챙길 것도 많고 일하기도 바쁜데 이런 것까지 어떻게 챙기냐고 생각하는 CEO가 있다면, 그 사람이 이끄는 조직은 성공적이기는 어렵다고 봐도 좋다. 물론 조직의 인원이 한 자리 수라면 CEO의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 그럭저럭 잘 버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사내정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CEO는 스스로 권력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업무에 대한 논쟁은 가급적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리고 비판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CEO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시스템에 근거해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늘 그렇듯 입으로는 시스템 경영을 외치면서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CEO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CEO는 권력이 버려지지 않는 자리이다. 시스템을 구축한들 스스로가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면 그 권력은 언제든지 꿈틀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CEO는 지속적으로 권력을 버리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아 물론 사내정치를 싫어한다면 말이다. 조직 내의 사람들이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CEO라면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상당수의 CEO들처럼 말이다.


사실 사내정치는 권력을 이유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싫기 때문에 그 사람의 권력을 줄이거나 혹은 그 사람을 조직에서 내보내기 위해 사내정치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람이 좋고 싫은 것에 무슨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극도로 서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조직은 그냥 둘의 정치질과 분탕질을 지켜봐야만 할까?


당연히 아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조직에 일하러 온 것이지 생활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지만) 그리고 묘하게도 그저 누군가가 싫어서 나타나는 사내정치는 권력을 두고 정치질이 많이 나타나는 조직에서 자주 출몰한다. 조직이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개인 간의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치질은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괜히 그런 것을 드러냈다가 조직 전체의 지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


사내정치는 없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 정도와 형식에 따라 사람들이 나쁘게 인식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조직이든 권력은 불균등하게 분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CE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자신이 속한 조직에 정치질이 난무하는 것이 고민인 CEO라면 스스로가 그릇된 메시지를 주지 않았는지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CEO가 독단적이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권력은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서든 작동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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