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가장 흔한 고민이면서 가장 어려운 고민은 바로 사람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사람에 상처를 받아 일을 그만두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뎌내기도 한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의 상당수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어떤 상사와 동료를 만나느냐가 어쩌면 조직에서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직장 사람과 얼마나 친해져야 하는지는 항상 고민이 되는 주제다. 흔히 하는 말로 사회에 만난 친구 중에는 편한 친구가 없다고들 하지만 실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잘 맞는 사람이라면 학교에서 만났든 직장에서 만났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운 좋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은 좋은 관계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드러낸 나의 모습을 악용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입장에서) 의도되지 않았던 무시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우연과 장난이며 나쁜 마음은 없었다지만 누군가의 돌팔매질에 상처를 입는 건 결국 모습을 드러낸 나 자신이다.
덕분에 우리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곳이고 그곳의 사람들과는 같이 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관계를 맺고 살면 된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아니 정확히는 '일'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사실 우리가 모여서 일을 하는 주된 이유는 '시너지'다. 1+1이 2라는 결과만을 준다면 굳이 모여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 1+1이 2보다 커질 것이라는 혹은 커진다는 믿음과 경험이 있기에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한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물론 노는 것에만 특화되어서 친한 경우는 예외적이겠지만).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끼리 일이 척척 진행될지,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운 사이끼리 일이 잘 진행될지는 너무 뻔하다. 그런 점에서 '조직'은 그리고 '일'은 구성원들끼리 친해지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의 관점에서도 조직의 사람들이 꼭 엄청나게 친해지기를 바란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보통 친해진다는 것은 공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사적인 차원에서도 삶을 공유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적인 차원까지 친해지다 보면 공적인 관계인 '일'을 하는 것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모르거나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당연히 했을 배려도 친한 사이끼리는 무시될 수 있고, 친하다는 이유로 통상 용납되지 않는 일들이 용납되기를 원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일'을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공사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딜레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시너지를 위해서 조직원들이 친해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친해지다 보면 공사 구분이 무너져 일 자체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직장에서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린 사람들이 대다수다. 틀린 말이 아니다.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친하다는 것은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다. 시너지가 발생하기 위한 기본은 '피드백'인데 친한 사이는 친하지 않은 사이보다는 '피드백'을 하기에 나은 조건이다(물론 친해서 안 좋은 말을 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직장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같이 일을 하면서 충분한 수준의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사적으로도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친밀해질 수도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는, 즉 적당한 수준의 관계 말이다. 문제는 말은 쉬운데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것에 있다. 적당한 거리두기의 실패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어려운 딱딱한 분위기의 회사 생활이 되거나 사소한 일상사 공유를 강요받는 과도한 관심 사회라는 극단적인 결과다.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결론이다. 맞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쪽으로 행동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이 결정하기 전에 회사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사실 철저하게 '일'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회사는 구성원들끼리 친해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은 사실 조직으로써 빵점이다. 그런 점에서 피드백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것이 더 낫다. 과도한 피드백이 나타나는 것은 막아야겠지만 조직은 시너지를 위해서 어떻게든 사람들 사이의 피드백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직은 사람들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조성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누구나 떠올리는 단어가 있다. '회식'
사실 '회식'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회식만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일상을 함께 하는 직장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조직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어떠한 '분위기'인지 어떠한 '조직문화'인지가 회사 내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에 바탕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조직은 그런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간혹 강압적이고 수직적 위계 구조가 강한 조직에서 직원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경우들이 있다. 리더를 제외한 나머지가 똘똘 뭉쳐서 잘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 업무적으로도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해 보조를 맞추는 사람들이 '일'에도 그런 보조를 맞추고 있을까? 그저 리더 눈치 보는 것에만 직원들이 합심하고 있지는 않을까?
결국 '일'과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회사는 사람들이 적당히 친밀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적당한 거리두기 하에 사람들 사이에 일하기 좋은 수준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길었던 글의 결론이다.
직장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
필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리고 꼭 덧붙여야 할 부분은 이것이다.
정말 조직이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