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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실패, 어디까지 해봤니?(3)

사업 실패하고도 살아남기

by 테라

나는 첫 직장부터가 성과급위주의 영업직이었다.

정해진 날짜가 되면 정해진 고정급여가 들어오는 직장인의 생활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때는 성과급 영업직일지라도 회사와 팀이라는 큰 조직이 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교육시키고 예상되는 상황을 알려주는 어느 정도 울타리가 있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가 된다는 것은 동물원 속 아늑한 울타리 안에서 살다가 정글에 홀로 던져지는 것과 같다.

나를 돌봐주고 교육시켜 줄 의무를 가진 사람은 없다. 내가 스스로 나를 교육시켜야 하고 내가 가진 시간과 체력, 자본까지 모두 다 쏟아부어도 그 모든 노력이 돈으로 바꿔지지 않는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 된다.


현재도 나는 온라인커머스를 하는 자영업자이다. 다행히 온라인커머스에서 나는 아직 성장 중이다. 내가 이야기하고픈 실패담은 내가 오프라인 자영업자로서 살 때의 시간이다.


2021년 겨울 나는 와인샵을 열었다.

그 시절에도 나는 온라인판매를 했었다.

2020년 상품하나를 잘 만나서 저마진 고매출 전략으로 하루에 수백 개의 택배를 내보내는 식의 엄청나게 판매를 해봤지만 코로나가 점점 심화되면서 중국판매자들이 쿠팡에 진출을 하게 되면서 아이템위너 싸움이 심하게 일어났다

결국 나는 그 위너경쟁에서 밀리고 제품수급에서도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메인제품의 판매를 그만두게 되었고 지금보다도 실력이 없던 시절이라 온라인에서 그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수많은 택배물량을 내보내기 위해 활용했던 1층 공간은 더 이상 택배가 나가지 않게 되자 무의미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시기에 나는 우연히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가게 되었다.

온라인의 특성을 알고 있던 나로서 오프라인매장을 고려하면서 아이템 선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온라인과 경쟁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내가 와인샵이라는 테마를 창업아이템으로 고르게 된 것도 철저리 그 관점에서의 선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류는 전통주를 제외하고 온라인판매가 안된다. 배달을 할 때도 음식을 시켜야지만 주문이 가능한 제품이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그즈음에도 창업아이템으로 한창 유망하던 것이 무인아이스크림가게, 무인밀키트점, 무인문구점, 무인애견샵 등이 있었다. 여러 가지 무인 아이템들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싸워서 이길만 한가?라는 점에서 나는 회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나름의 이유와 분석이 밑바탕이 되어 나는 ‘주류백화점’ 스타일의 와인샵을 오픈하게 되었다.


내 사무실은 부동산 상가로써의 입지는 꽝! 인 곳이었다. 그 사무실을 처음 구할 때 내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

도보로 움직일 정도로 집과 가까울 것, 월세가 저렴한 1층일 것. 이 두 가지가 전부였기에 입지와 상관없이 보증금 500에 50으로 큰아들 학교 옆 자리에 사무실을 얻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사무실 앞은 재개발이 들어가려고 준비 중인 곳으로 거주민도 많이 없는 공간이 있었다.

상가입지로는 이만큼 최악인 곳이 있을까 싶은 곳이었음에도 내가 여기에 매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차피 기존에 나가던 월세였고, 인테리어를 나름 해둔 상태였기에 주류샵으로 변형시킨다고 해도 조명과 선반, 간판등의 실비용이 500만 원도 안 들 것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남편도 결혼하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맥주 맛도 모르고 종류조차도 모르는 내가 주류백화점을 열었다.

왜 그런데 주류샵을 선택했냐고?

품목선정을 함에 있어서 그 업종에 대해 무지하다고 해서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부분을 온라인을 해봤기 때문에 거부감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장사는 어떻게 되었냐고?

정말 잘됐다.

주류샵의 영업시간도 5시~10시까지로 하루에 5시간밖에 안 했는데 월매출이 1,200만 원~1,500만 원까지 나왔고 고정비가 낮은 곳이었기에 마진율이 너무 좋았다

주류샵의 가장 성수기라 할 수 있던 12월에는 월매출이 2,000만 원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좋은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여성 1인근무, 영업시간 일 5시간, 마진율은 30~40%, 제품사입까지 포함해서 창업비용 3,000만 원 미만.

정말 이상적인 부업으로 여겨졌다.

나로 인해 주류샵 창업이라는 아이템을 알게 된 나의 지인들은 나의 성공담에 힘입어 나와 같은 아이템으로 각자의 집 근처에 매장을 열었다.

그 당시 나는 프랜차이즈를 활용해서 해당 매장을 연 것이기에 내가 그 프랜차이즈에 소개해준 사람들만 해도 여러 명이고, 실제로 지점을 연 사람들이 3명, 프랜차이즈형식이 아닌 방식으로 개별로 오픈한 사람 1명까지 해서 총 4명이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다.

이제부터 실패원인들을 나열해 본다


원인 1) 부업이 본업비중을 차지하다

장사가 생각보다 너무 잘된다라는 것과 본업이던 온라인비즈니스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야 될지 모른다는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나는 차라리 잘되는 것에 집중해서 이쪽 주류샵에 좀 더 에너지를 쏟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입지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인스타와 당근마켓을 통한 지역기반 온라인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온라인업계에서는 초보 수준이던 나의 마케팅 레벨이 오프라인 사장님들과 붙으면 꽤나 상급 수준이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입지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꽤 괜찮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인 2) 2호점을 개업하다

가장 큰 실패원인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부업이 본업이 되면서 나는 주류샵에서 좀 더 높은 수입을 올리고자 마음먹었다.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1호점에서 이미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2호점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1호점을 6개월 정도 운영을 해보고 나는 열심히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 굳이 가맹비와 수수료를 내어가면서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2호점을 내지 않아도 되었기에 나는 두 번째 매장은 개인매장으로 오픈을 하면서 더더욱 온라인 홍보에 주력을 하고 브랜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인 3) 트렌드의 변화

돌이켜보면 주류샵은 코로나 특수를 맞은 시장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상점들도 오픈되지 않는 집합금지 시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술집에서 모이지 못하니 술을 사 갖고 가서 집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점점 커지는 혼술문화, 늘어나는 와인소비와 위스키 수급부족 현상이 계속에서 맞물리면서 주류샵은 제품만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팔 수 있는 장사업종이 되었다.

내가 1호점을 개업한 2021년은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있었고 메인시즌인 겨울이었다는 시너지가 합쳐졌던 시기였지만 2호점을 개업한 2022년은 코로나특수의 시간이 물러가고 비수기로 여겨지는 봄~가을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나는 모르는 게 참 많은 사장님이었다.


위의 3가지 원인들은 종합적으로 합쳐져서 내 사업의 실패원인이 되었다.

1호점과 다르게 꽤 목돈이 들어간 2호점은 부업에서 본업이 되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이고 시작했다.

2호점을 냈다는 것은 1호점을 운영하기 위한 다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나는 1호점과 2호점을 번갈아 돌보면서 각 매장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 시작했고 1호점만 운영할 때는 없었던 인건비라는 추가고정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매장을 운영해 보면 사장님 직접 운영하는 곳과 아르바이트생만을 뻉뺑이 돌리는 매장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출에서 티가 난다.


고정비는 올라갔고 특수시즌은 지나갔다.

2개의 매장을 운영했기에 에너지는 점점 분산되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매출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게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매장을 열고 있는 사장님의 심정이 되어 본 적 있는가?

매장을 열기 위해 어린 자식들을 집에 놔두고 출근해서 최선을 다해 청소하고, 물건을 채우고, 나름의 홍보활동을 하지만 하루 종일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방문자가 없어서 점점 멍하게 있어지는 그때의 기분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때는 정말 비참하다.

나라는 존재가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

고정비용 때문에 빚은 점점 늘어간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눌 대화는 없다.

장사가 잘 되던 시절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남편과 이런저런 하루의 이슈를 이야기하고, 오늘의 부족함을 함께 상의하고 그걸 채우기 위한 임무를 협력하는 대화라도 한다.

하지만 장사가 안되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간의 대화가 없어진다.


나는 1호점은 2022년 11월에 양도하였고, 2호점은 2024년 4월에 양도하였다.

중간과정을 모르고 결과로만 이야기하면 손해 보는 양도는 아니었다고 두리뭉실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1호점은 들어간 돈도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영업이 잘되던 곳이라 소정의 권리금까지 책정되어 받고 나왔고, 2호점은 들인 비용에 비해 덜 받지는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오프라인 매장운영에서 실패하고 싸움에 진 개처럼 물러난 것이다.

내가 주류샵을 운영했던 2년 6개월의 시간 동안 겪었던 흥망성쇠와 비참함은 나에게 충분히 큰 실패의 기억을 안겨주었다.


주류샵을 양도를 준비하면서 2023년 9월부터 다시 이커머스에 집중하였고 2호점을 양도하는 2024년 4월에는 이커머스로만으로도 먹고살기 정도는 감당가능한 수준에는 올라가 있었다. 다시 본업의 업종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였다.

온라인 자영업자가 되어도 힘듦과 비참함은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지옥을 경험하고 다시 돌아온 나에게 온라인 사업자가 되면서 온라인에서 겪는 고충은 만만하다. 오프라인에서 겪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극복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장사가 안돼도,

온라인은 최소한 내가 어딘가에 몸이 묶여있지는 않는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매장에 나 홀로 던져져서 손님이 있던 없던 나가는 고정비용을 걱정하고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그곳에 메어있느라 내 어린아이들을 방치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세계도 피 터지는 경쟁사회지만, 내가 잠을 줄이면 시간조절이 가능하다.

그게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나의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은 실패로 얼룩져 있었다. 첫 사기로 인생의 쓴맛을 보고 다시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 조금 정신을 차린 뒤 나는 결심했다

40대를 버리고 50대 이후의 삶을 취하리라!!


지금도 나는 그 시기를 견디고 점점 성장해 가는 중이다.

이제부터는 그 성장기의 몸부림을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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