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유 Jul 06. 2018

폰트를 고르는 기준 3가지

비전공자의 타이포그래피 탐험기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진입 장벽이 낮은,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여러가지 분야 중에서도 특히나 애착이 가고,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비전공자인 동생이 디자인과 수업을 듣더니, "타이포그래피가 나한테 잘 맞는 것 같아. A(전공자 친구)는 별로 안 좋아하더라. 지켜야 할 룰이 많거든." 하던 걸 듣고 난 후였다.


유화나 수채화, 일러스트, 혹은 그래픽 아트웍 등은 꼭 '미적 감각'이 있어야만 근처에나 가볼 것 같았는데, 타이포그래피는 그보다는 규칙, 질서, 논리, 틀 등에 가까워 보였다. 미적 감각이 없는 나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랑 좀 더 가까웠다고나 할까. 게다가 비전공자인 동생도 좋다고 하니까.


그때부턴 핀터레스트를 봐도 타이포그래피 포스터만 봤다. typo/graphic posters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어가보고. 그렇게 막연한 관심만 쏟아 붓다가, 못다읽은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폰트를 고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유인즉슨, 폰트 보는 눈이 없으니 주먹구구식으로 골라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1,000개가 넘는 폰트를 일일이 넣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감이나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비슷비슷해 보이는 폰트 중에서 억지로 차이점을 찾아 골라내느라 무진 애를 썼다. 적어도 다운 받기 전에 내가 원하는 느낌에 근접하는 폰트 정도는 솎아낼 줄 알아야겠다 싶었다.


그런 점에서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타이포그래피>는 내 욕구를 철저하게 충족해주는 책이다. 폰트를 고를 때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는지, 폰트를 사용할 때 생각해야 할 점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타이포그래피를 읽는 문법을 익히기에 매우 적절한 입문서다.


다음은, 책 내용을 임의로 분류해서 정리해본 내용이다.



폰트를 고르는 기준 3가지


1. 타입의 구조

영문 타입 구조

먼저, 타입의 구조를 보자. 세리프, 어센더, 디센더, 브래킷, 에이펙스... 당장 보이는 것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 전문 디자이너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 발걸음을 떼는 단계라면 세리프/산세리프(Serif/Sans Serif)만 기억해두자. 이 둘만 구분만 해도 폰트를 고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세리프는 획 끝이 돌출된 글자를 말한다. 산세리프는 불어로 '없다'는 뜻인 Sans를 붙여 세리프가 없는 글자를 뜻한다. 한글의 명조(바탕)-고딕(돋움)체의 구분과 비슷하다. 보통 세리프는 고급스럽고, 감성적이며 부드럽고 약한 느낌을 준다. 반면 산세리프는 깔끔하고, 또렷하며 딱딱하고 강한 느낌을 준다.


2. 본문용 타입과 제목용 타입

본문용 타입은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하므로 가독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복잡하고 장식이 있는 폰트는 피로도를 유발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제목용 타입은 다른 내용과 구분되어야 하므로 판독성이 중요하므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면 좋다. 물론 가독성이 뛰어난 서체를 사용해도 무방.


*세리프(명조)의 경우 형태적 변형이 많아, 시각적으로 부드러워서 가독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 활자의 분류

서두에서 말했듯 타이포그래피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활자를 구분할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 중에 타입 요소가 있었던 것이고, 요소 중 하나였던 세리프/산세리프는 활자의 분류이기도 하다.


앞에서 다룬 세리프/산세리프 외 활자의 분류에는 크게 블랙레터, 스크립트, 그래픽 등이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블랙레터, 스크립트, 그래픽

블랙레터는 중세에 유행했던 장식성 강한 필기체 양식을 기본으로 한다. 고풍스럽고 글자가 복잡해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장식적인 목적일 때 많이 쓰인다.


스크립트는 필기체, 손글씨체와 비슷하다. 세리프/산세리프의 특징 모두를 갖출 수 있어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지 않고, 주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곳에 사용한다.


그래픽은 형태만으로도 그래픽 이미지로 간주할 수 있는 개성있는 활자를 뜻한다. 특징이 많아 본문용 폰트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글자 그대로 아이덴티티를 가진다.



감정을 넣어 전달하는, 타이포그래피


이 외에도 폰트를 고르는 데에 다양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지만, 폰트를 고르는 것 뿐 아니라 자간이나 행간, 굵기 등을 임의로 조절해 원하는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다. 폰트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른 폰트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에도 자간/행간 조절, 굵기 조절 등 여러가지 방법이 나오지만 글이 길어질테니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타이포그래피'라는 요소를 활용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인데, 단지 잘 보이고 잘 읽히는 기능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타이포그래피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위 이미지를 보면, 똑같은 '사랑'이라는 단어지만 폰트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1번은 묵직한 굵기와 각진 고딕체 때문에 감정을 전달하기 보다는 사랑을 정의하거나,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것 같다. 2번은 가볍고, 귀여우며 왠지 어린 아이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다. 3번은 애절하고 이별을 얘기할 것 같은 느낌, 4번은 감성적이고 3번보다는 조금 더 설레는 첫사랑 이야기가 어울릴 것 같다.


앞에서 폰트를 고르는 기준을 이야기했지만, 그것도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할 때 그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폰트를 고르기 위함이다. 즉, 기준을 따지느라 느낌이 확실한데도 망설이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다만 아직 서로 다른 폰트를 보고도 다른 느낌을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더라도 막연해서 구분하기가 힘들다면 앞에서 말한 세 기준을 적용해보면서 자신만의 느낌을 정리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다른 글도 둘러보세요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197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183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19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