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한창 Oct 27. 2024

비상




존엄


헤엄치는 법을 배웠든 못 배웠든

물에 던져진 사람의 공통점은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위대합니다.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도피


멀쩡한 땅을 두고 습지에 자리잡은 까닭은

이민족의 침략 때문이었습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번영의 시작은 도망이었습니다.








유배


피노키오와 *요나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행위(行爲)가 정제되려면

무위(無爲)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위의 시간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구약성서 요나서








주변인


인싸는커녕

겉도는 자신이 초라한가요?

달콤한 속살도 좋지만 양분은 껍질에 풍부한 법.

도래할 당신의 때를 기대합니다.









아무리 작아도 봉우리입니다.

한 모금 숨을 위해

심연으로부터 솟아오른 몸부림,

모든 이가 그러합니다.








비범


봄이 왔다고

모든 곳이 봄일 리는 없겠지요.

빙하수의 특별함은 여름도 겨울인 곳,

설선(雪線) 위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카이로스

The critical moment


그릇의 아름다움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은

비워졌을 때입니다.








운명


똑같이 땀을 흘려도

누구는 정돈된 터 위에 탑을 쌓고 있고

누구는 퀴퀴한 웅덩이를 메우고 있습니다.

메운 깊이가 쌓은 높이 보다 훌륭함은

+가 아닌 0을 향한 분투,

그 우울을 견뎠기 때문입니다.








언더독


세상은 수직으로 빽빽한데

어쩌다 기울어진 당신.

중력의 방향과 어긋날수록 붕괴의 위험은 커지지만

그 기울기, 당신의 무기이자 매력일 테니

행운을 빕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범우주적 덕담








연필 II


몸이 깎이면 심이 드러나고 

심마저 갈리면 요란한 말은 사라집니다.

조바심이 체념이 될 때 욕심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로소 시작입니다.








종이


반으로 줄이든, 배로 키우든 변함없는 두 변의 비율,

1: √2

훗날 생각보다 커지더라도

처음 가졌던 마음의 비율, 부디 변치 않기를.


이전 01화 상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