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여행자 Oct 10. 2023

12. 너의 성장을 축하해

우리의 성장을 꿈꿔보며 : 인정욕구 꺼내기

[너의 성장을 축하해.]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틀렸는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출발하며

너의 장화, 우의, 우산

모두 챙겼는데,

이틀 동안은 흐린 날씨였다.


너는 베란다로 나가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빠, 비가 안 오네?"

"왜? 왔으면 좋겠어?"


너는 준비해 온 장화를 신고,

우산을 펼쳐 밖에 나가

물장난을 치고 싶다고 대했어.

'하긴, 평일에는 엄마 아빠가 바쁘다는 이유로

잘 나가보지 못하니

이렇게 주말이라도 비를 기다릴 수밖에.'

너는 그렇게 비를 기다렸단다.


일요일 아침이야.

대구 본가에 온 지 3일째,

아침 공기가 다름이 느껴졌다.

눈을 뜨며, 너를 찾아보는데

너는 이미 아침 일찍 일어나

할머니 방으로 가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너를 보며, 아침 인사를 했다.

"아빠, 비가 와."

"그리고 짹짹이 소리도 많이 들려."

너의 설렘이 담긴 아침 인사에

비를 보러 거실 베란다로 가 보자고 했다.


온 식구가 베란다에서

비 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름의 비는 이렇게 기분이 좋다.

습함이 있기도 하지만,

하늘에서 아래로 내리는 비는

모든 것을 씻겨주는 듯하다.

게다가 네가 그토록 기다렸던 비였다.


네가 기분이 좋았는지,

노래를 부른다.

처음에는 너의 노래를 알아듣지 못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너의 노랫말은 이러했다.

"Rain, Rain Go Away."

의미와 너의 기분이 다소 맞지 않았지만,

4살의 너에게 그것까지 기대하면 욕심일터.

영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너의 모습에 온 식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노래를 함께 들어보았지만,

네가 직접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니,

너는 더욱 신이 났다.

엉덩이까지 씰룩이며,

무반주에 리듬감을 더욱 경쾌하게 살린다.

온 가족이 손뼉 치며,

내리는 빗소리와 박수 소리

그리고 너의 노랫소리는

하나의 음악이 되어 울려 퍼진다.


이렇게까지 네가 성장했을까.

아빠는 무언가를 가르쳐주지 못했는데.

이 모든 것을 네 스스로 이루어낸 것 같았다.

네 엄마의 노력이 있었지만,

이렇게 이루어낸 성장은 오롯이 너의 힘이었다.




네가 바라보는 모든 세상은

새로움의 연속일 거야.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도 많을 거야.

그저 즐길거리만 해도 넘쳐나는데,

너는 스스로 학습하고,

또 네 것으로 잘 체화하고 있었어.


그것을 바로 '성장'이라고 불러.

앞으로의 인생은 성장의 연속일 거야.

지금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빠처럼 말이야.

아빠도 새로운 성장을 위해 노력하듯이,

너도 그 끝을 모르는 성장을

잘 시작하고 있어 뿌듯해.


12월생이라 또래보다 늦을 수 있다는

주변의 불안과 걱정을

네 스스로가 잠재워 주고 있어.

키도 어느 또래보다 크고,

말도 훨씬 빠름으로

우리의 걱정을 보란 듯이 뒤엎고 있어.


항상 하나의 면만 보기에는

우리 인생에는 다양한 변수와 결과가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아.

우리 가족은 네가 가진 특별함을 알고 있어.

그걸 믿고 지금처럼

재미있게 성장을 맛보고, 즐기기를 바랄게.


너도 우리의 칭찬과 인정에

기분이 꽤 좋았나 보더라.

메들리처럼 부를 수 있는 다양한 노래를

연이어 불러 주었단다.


다행이야.

우리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얻어서.

그렇게 네가 이루어낸 것에 대한

합당한 우리의 반응을 보고,

기분 좋아한 너를 보아 다행이었단다.


이렇게 너의 성장을

항상 지켜봐 주는 가족이 있으니,

마음껏 표현해 보렴.

그리고 즐겨보렴.

그렇게 아빠와 너는 아침부터 노래를 틀고는

두둥실 춤을 추었어.

네가 같이 춤추자고

손도 먼저 내밀어 주었어.

이른 아침 끝나지 않은 노래처럼,

우리의 성장과 행복도 영원히 함께하길.


너의 성장을 축하하며,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 것에 행복해하며.




[우리의 성장을 꿈꿔보며 : 인정 욕구 꺼내기]


 이유 없이 축하받았던 기억이 이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잘 웃는다고 칭찬받았고, 밥 잘 먹는다고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던 격려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하루를 잘 자고 일어나는 것, 내 물건을 잘 챙기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어린 시절 우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크나큰 칭찬을 받았습니다. 매일이 뿌듯함의 연속이었고, 매일이 내 존재가치의 실현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내 이름 석자에도 크나큰 존재 이유가 있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이의 행복이었습니다. 우리의 아이가 지금 느끼는 그런 기분을 우리도 분명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자꾸만 늘어납니다. 피곤하고 지치고, 습관적으로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어제보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더 많습니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나만 찾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와 배우자는 나만 찾습니다. 그만큼 내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걸까요? 나 없으면, 회사의 조직도 우리 가정도 돌아가지 않는 걸까요? 우리의 존재가치가 더 커진 것의 결과면 참으로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입니다. 말로만 듣던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가 되어 간 겁니다. 내가 없으면 굴러가지는 않지만, 존재 가치가 커져서가 아닙니다. 대체할 사람은 충분히 있지만, 지금 당장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상사가 찾는 것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적임자가 나뿐이어서가 아니라 나라도 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일을 해냈을 때는 칭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낸 톱니바퀴였을 뿐입니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작은 톱니바퀴 역할이라도 하니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 봅니다.


 가정에서는 어떨까요? 회사보다는 내 역할이 큽니다. 존재가치가 높은 순위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질까요? 내가 하지 않으면, 배우자가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생기고, 아이가 누리지 못하는 불편함이 생깁니다. 가정에서의 역할은 톱니바퀴보다는 더 귀중한 부속품이지만, 매일의 반복이고 그 어느 누구에게나 칭찬받지 못함은 같습니다. 가끔 아이가 보여주는 행복감이 내 마음속 따스한 손길이 되어 주지만, 금세 또 잊히기 마련입니다. 집안일을 하고, 육아를 하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조금은 더 기분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요?


 내 존재 가치를 높이는 일은 타인의 인정으로 시작합니다. 아이의 성장 속도가 그렇게 빠른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귀중한 보석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작은 변화와 성장에도 우리는 크나큰 박수를 쳐주고, 아낌없는 사랑과 행복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조금씩 아이의 내면에는 성장을 위한 회로가 자리 잡히며, 자신의 결과물을 가족들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항상 "나 잘하지?, 아빠 나 하는 것 봐봐라."라고 말을 합니다. 눈을 잠시라도 떼면, 왜 자신을 봐주지 않냐며 귀여운 투정도 부립니다. 우리는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회사에서는 직장 동료 또는 상사, 가정에서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습니다. 내가 생활하는 곳에는 항상 나를 둘러싼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내 존재 가치도 올라갈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은 아이와 다른 상황입니다. 어떠한 일을 하여도 쉽게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숨어 있었던 인정 욕구를 찾아봅니다. 그들이 나를 칭찬해 줄까 하는 걱정은 잠시 넣어두고, 잊고 있었던 욕구부터 꺼내 봅니다. 변화는 무엇이든 나부터입니다. 내가 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본다면, 주변도 반드시 바뀝니다. 먼지에 덮여 있던 인정 욕구를 깨끗이 털어 내가 느낄 수 있는 욕망 중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습니다. 생각 회로를 업데이트하고, 회사에서 가정에서 내 주변의 이들에게 칭찬받기 위한 내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주변 사람이 칭찬을 하는 경우는 단순합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때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타인의 존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어렵거나 힘든 일입니다. 허드레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대체하면서, 내 존재 가치를 높이는 일은 다른 이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하는 겁니다. 모두가 힘든 일이기에 나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업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해낸다면, 내게 돌아오는 칭찬은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리고 칭찬 욕구로 인해 시작한 일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내가 달성할 결과와 내게 돌아올 인정을 생각하며 잘 헤쳐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내 가치 또한 자연스레 올라갑니다. 어려운 일을 수 차례 해내는 나이기 때문입니다. 해결해 내는 과정이 쌓이며, 내 능력치 또한 상승합니다. 나는 톱니바퀴에서 그들을 굴릴 수 있는 더 높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로부터 얻을 인정 욕구를 꺼내 봅니다. 회사에서처럼 배우자가 하기 힘든 일을 해보는 겁니다.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더불어 상대의 역할 중 어려운 점을 뺏어온다면, 배우자는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겁니다. 배우자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회사의 동료보다 더 나를 격려해 주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실에 기대어 나도 더 헌신하고, 희생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만 노력하는 모습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내 옆의 배우자는 칭찬해 줄 겁니다. 배우자가 자녀들에게도 "아빠 멋있지? 최고지?" 혹은 "엄마 정말 대단하다. 최고다." 라면서 말을 할 겁니다. 엄마가 아빠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가정.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가정. 그런 모습이 만들어지며, 내 존재 가치도 함께 상승합니다.


 이 모든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스스로 변해라'라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을 변화시켜 칭찬받을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얻으라는 가혹한 말일 뿐입니다. 저도 이 부분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칭찬과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과 우리의 성장 공식은 다르기에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우리의 성장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서, 그 자리에 머무려는 마음가짐은 어떠한 변화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칭찬해 주는 우리입니다. 이제 반대로 아이로부터 우리의 성장을 인정받아 보세요. 달라진 우리의 생각과 태도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영향을 끼칩니다.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로 아이에게 행복한 부모가 되어 보는 겁니다. 평소와 다르게 더 많은 사랑을 줍니다. 인내심 또한 더 길러 봅니다. 윽박지르지 않고, 타이르며, 용서하고, 기다려줍니다.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가고, 그 속에서 부모는 자녀의 인정을 받습니다. 그런 변화를 먼저 시작해 보세요. 숨어 있던 인정 욕구가 겉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 감정이 피어나면서 집 밖에서도 같은 노력을 할 겁니다. 하루하루 자신감 넘치는 우리가 됩니다.


 어떤가요?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인정 욕구를 꺼내보는 편이. 반복된 하루에서 탈피하세요. 무기력하고, 우울한 육아 노동에서도 벗어나세요. 행복하고 아름다운 매일을 만들어 갈 변화의 꽃을 피워 보세요. 그리고 그 꽃을 피울 수 있는 자양분인 인정 욕구를 꼭 찾아보세요. 여러분의 숨은 욕망을 응원합니다.


 

이전 12화 11. 아이의 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