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는 새로운 시작
"잠깐 얘기할 시간 될까요?"
긍정의 고개 끄덕임과 함께 대표 앞에 앉았다.
좀 더 어렸을 때보단 나름 경력이 쌓였다고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았다.
"저 다음 달 초까지만 있는 일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
대표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늘 무언가 그만둘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덜덜 떨리던 몸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침착하고 담담하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건넸고 절대 잡을 수 없는 말 한마디까지 완벽히 끝냈다.
학원 일은 그만하겠다는 통보였다.
확고한 나의 한 마디에 대표는 잡지 않았다. 정말 못 잡은 건지 안 잡은 건지는 모르겠다.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일은 쉰다고 하니 다른데 취직하고 얘기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채용공고 올릴 때까지 시간을 달라며, 다른 일을 어떡하지?라는 걱정부터 한다.
늘 대화방식에 불편하고 불만이 쌓여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 순간에도 대표의 대화방식은 여전했다.
신기하게도 그만둔다는 말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태도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사람은 안 변하는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소통 방법은 여전하구나.. 그걸 배운 거다.
점심시간에 얘기를 해서 배가 고픈 건지 그만둔다는 얘길 한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떨리는 건지 침착하게 얘기는 했지만 손은 떨렸다.
배고픔 때문에 착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얘기했다.
학원 일 만 7년을 넘게 하면서 이젠 놓아줄 때가 된 듯하다.
5인 미만 회사... 그것 또한 놓아줄 때가 되었다.
나의 시간들 중 단 하루라도 더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사실 일을 그만둔다는 게 무섭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서움과 두려움 때문에 나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차라리 두려워도 무서워도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이겨낼 수 있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 선택에 후회를 하더라도 내 선택이기에 온전히 그 감정 또한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나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