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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스펙보다 오래 남을 때가 있다

by 나라 연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말투가 좀 별로였어.”


이상하게도 말의 내용은 희미한데, 말투만은 선명하게 남는 경우가 있다.



스펙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떤 이는 긍정적으로, 또 어떤 이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긍정적인 경우엔 이렇게 말한다.

“경력도 좋은데 말도 잘해. 성격도 좋아 보여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는 이렇게 이어진다.
“경력은 괜찮은데 말투가 좀... 배우고 끝낼 사람이지, 오래 알고 싶진 않아.”



같은 조건 속에서도 인상이 갈리는 이유는 결국 ‘말투’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취업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의를 하다 보면, 지원자들이 입을 열지 않아도 첫인상이 전해질 때가 있다. 경청하는 태도만으로도 그 사람의 자세가 느껴진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몸을 책상 가까이 붙이고 강의에 집중한다.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고 펜을 든다.



반면, 관심 없는 사람은 몸이 멀다. 의자에 기대어 책상과 거리를 두고, 중요한 내용을 말해도 반응이 없다. 펜도 들지 않은 채, 듣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낸다.



이런 차이는 강의가 중반을 넘어서며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처음 전달한 내용을 모의면접 즈음에 다시 되묻는 이들이 있다. 강의의 방향성과 흐름을 놓친 채, 끝까지 다시 묻는 경우다. 자기 주도적인 태도가 부족한 이들은 핵심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작은 것까지 강사가 알려주길 바란다.



그런 경우, 결과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스펙과 프로젝트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열 가지를 알려주면 열 가지를 다시 묻고, 또 다시 묻는 사람도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그 사람의 말투다.



예컨대 이런 질문이 있었을 때:
“상사와 의견이 부딪혔을 때, 어떻게 대응하시겠어요?”


그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적 없었는데요.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되겠죠. 뭐,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문장 속에 정답은 있지만, 말투에 ‘감정’이 실려 있다.



먼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가볍게 대응하려는 태도는 결국 인상에 깊게 남는다.그래서 인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리 배려 깊고 착한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인성이 말투와 태도,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결국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건, 스펙보다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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