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을 들킬까봐, 마음부터 움츠러드는 사람들
수업 중 또는 수업 후 지원자들의 피드백을 확인할 때가 있다.
어떤 누군가는 피드백을 요청하면서,
“제가 잘 못한 건 알지만…”이라 말할 때가 있다.
혹은, “별건 아니고요. 그냥 한번 봐주시면…” 하면서 질문이 아닌 답변을 검토하고 있는 나에게 사과부터 건네는 경우도 있다. 그저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 말에는 겸손보다 불안이 먼저 묻어 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낙인을 먼저 찍어두고, 상대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그 마음.
상대가 뭘 말하기도 전에, 자신이 틀렸다는 전제를 먼저 꺼내든다.
누구보다 준비를 잘 해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너무 수준 낮은 건 아닐까’
‘이 자료가 엉망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그맣게 접힌다.
실제 취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냥… 뭐, 대충 큰 틀만 잡아 봤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그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언급함으로써 혹시라도 들을 수 있는 부정적인 평가를 조금이라도 무디게 만들려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 정작 친절한 피드백이나 따뜻한 조언을 건네고 싶던 사람조차도 벽 앞에 선 것처럼 느끼게 된다. 힘이 빠진달까.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편해지지 않는 거리감.
그 거리의 이름은 ‘불안’이다. 불안은 자신을 작게 만든다.
존재 자체는 사라지지 않지만, 스스로를 꾹 누르며 작은 크기로 접는다.
그렇게 작아진 태도는 주변에게 ‘자신 없음’으로 비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역량 없음’이라는 착각을 남긴다.
실제로는 충분히 준비했고, 열심히 해온 과정이 있음에도 그 과정 자체가 대단치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같은 불안을 느껴봤고 지금도 느끼고 있기에 그들의 모습에 더 공감이 간다.
결국, 불안은 진심을 다한 질문도 노력 끝에 다듬은 결과물도 ‘사소한 것’으로 포장하게 만든다.
이런 태도는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만이 아니라, 면접에서도, 협업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음 편에서는 불안이 ‘과하게 겸손한 태도’나 ‘조급한 인정 욕구’로 바뀌는 지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진심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자신을 낮추는 사람들 중 말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일지 모른다. 다만 그 불안이 먼저 자신을 감추고 있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