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만든 인성의 그림자
정중하고 겸손했던 사람이, 피드백이 조금 늦어졌다는 이유로 짧고 날 선 말투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취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정말 뛰어난 이력과 깊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하지만 그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축소하며, 불안 앞에 작아지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고스란히, 그 사람의 ‘태도’로 드러난다.
누구보다 간절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일수록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에서 불안이 먼저 보인다.
“피드백 언제 받을 수 있나요?”
“답이 없어서요, 아직 안 봐주신 거죠?”
"이거 하나만 더 봐주세요. 하나만 더요"
이 말들이 꼭 잘못된 건 아니다. 간절함이 느껴지는 사람은 카톡으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에 감춰진 조급함과 두려움, 그리고 상대가 응답하지 않으면 자신이 외면당한 것 같은 불안이 섞여 있다.
이때부터 부탁은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요구가 된다.
마치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 사람’처럼 구는 말투와 태도는, 상대의 마음을 조금씩 닫게 만든다.
불안은 감정이지만, 조절하지 못한 감정은 인성의 결핍처럼 느껴진다.
피드백을 받고 난 뒤 감사 인사 한마디 없이 사라지는 사람, 합격 후 아무 말 없이 카톡방을 조용히 나가는 사람.
그들의 본심은 어쩌면 ‘고마움’ 일지 모른다.
하지만 불안과 조급함이 그걸 막는다. 결국 남는 건 ‘예의 없음’이라는 인상이다.
이것이 누적되면, 인성 문제로까지 오해받는다. 인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
가장 안타까운 건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태도 때문에 오해받는 경우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지고, 눈을 피하고, 불확실한 표현으로만 말하고,
“죄송하지만… 혹시 가능할까요…”로 시작하는 대화.
이 모든 건 겸손이 아니라, 자기 확신을 잃은 불안의 표현일 때가 많다. 이런 질문으로 대화가 이어지면 나 또한 작은 단어 하나에도 신경이 예민하게 선택을 한다.
그 불안은 면접에서도 그대로 티가 난다.
대답보다 표정이 먼저 흔들리고, 말보다 눈빛이 자신을 부정한다.
면접관은 말을 듣기보다 그 ‘태도’에 신뢰를 둔다.
불안이 말을 삼킨 순간, 지원자의 역량도 함께 가려진다.
좋은 태도는 단지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성숙한 인성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자각하고 다루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취업은 결국, 사람을 뽑는 일이다. 불안하더라도 간절함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진심은 결국, 표정을 닮는다.
그리고 태도는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니 좋은 인성을 지닌 사람은 감정보다 태도를 먼저 단정하게 세운다.
불안을 나답게 다루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 나답게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