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늦은시간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2시간 연착해준 덕에 공항에서 숙소까지 향하는 버스를 보기좋게 놓쳐 버렸다.
캐리어를 들고 올까 고민 했지만 배낭여행 컨셉상 배낭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아주 곱게도 미쳤구나 생각했다.
배낭을 앞뒤로 메고 공항 근처의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유럽의 소매치기를 최대한 경계하며, 핸드폰에 의지해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쉽지 않았지만 낯선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용기는 없었다.
빨간색 2층 버스를 보니 영국에 온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버스는 잘 탄것 같다. 호텔 근처에 내려서 한참 걸었다.
사실 걷게된 이유는 두정거장이나 전에 내렸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혼자 하는 여행에 이 정도의 실수는 애교 아니겠는가?
방에 들어와 짐을 풀었다.
어째서 나는 배낭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렇게 으리으리한 호텔에 와있을까?
복솔의 2만원 짜리 게스트하우스에 가지못해 15만원짜리 호텔에 들어와 있다.
방 천정을 보니 그래도 돈이 좋긴 좋다.
시간단위로 계획하는 나로써는 계획이 틀어졌을때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인다.
내일은 예약해둔 복솔의 숙소까지 가야한다.
낯선곳에 혼자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났다.
사실 이렇게나 일찍 예상밖의 상황이 닥칠줄 몰랐다.
3개월의 여행계획으로 유럽에 왔다.
영국을 시작으로 약 10개의 나라를 여행할 예정이다.
출발 한달 전부터 공포에 휩싸였다. 각 나라마다 다른 교통권과 지불방식들 그리고 언어.
'잘할 수 있을까?'
'나라간 이동중에 버스도 타야 하는데. 잘 예약할 수 있을까?'
낯선곳에 떨어지면 엄마의 치마폭을 찾는 어린아이라도 된것 같았다.
'울면 누가 도와줄까?'
내 덩치에 우는거 자체가 호러다. 놀랄 서양인들을 생각해 그러지는 않기로 한다.
어찌 저찌 예약은 했고, 주변에 3개월간 유럽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대출금을 땡긴듯 부러움을 미리 받아
출발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어떤것 하나도 내 힘으로 한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스스로 결정한적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모든것을 선택 한다.
경험이 적어서 그럴거란 결론에 낯선땅에 날 던져놓기로 했다.
나는 이것을 '자발적 고통'이라 부른다.
누군가에겐 즐거워야할 여행이 나에겐 무겁게 짓누르는 부담이 되어 있다.
불안함으로 점철된 여행의 시작 이었다.
이 고통에 설레임을 한스푼 얹어 어서 잠에 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