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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표탐구자 Oct 28. 2020

12. 자기소개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

(feat. 자존감)

나는 최근 개인 홍보를 위해 주로 파워포인트 관련 질문에 답변을 달면서 지식iN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답변을 달던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대입 면접을 앞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자기소개 관련 질문을  많이 올린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생애  발표나 프레젠테이션은 자기소개일 거다. 앞선 글들을 통해 무대공포증 대처법과 발표자가 가져야  태도를 확인했다면 생애  PT, 자기소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쉬어가듯 적절하다 판단해 이야기 해보겠다.




자기소개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비대면의 세상이 왔다한들 자기소개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성을 버리지 않는 이상, 학생 신분의 10대 20대는 물론이고 적어도 사회생활의 은퇴 전까지는 계속해야 되지 않을까?


황당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온라인 질문 답변 서비스 네이버 지식iN에도 자기소개의 어려움 때문에 도움을 호소하는 질문 아닌 요청들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걸 도와달라는 거다.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자기소개 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네이버 지식iN 자기소개 키워드 검색 결과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자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기소개가 힘든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떨어진다. 지식iN에 올라온 구구절절한 질문들을 보면 딱할 정도다. 좀 더 들여다보면 소개 방법보다 본인의 무엇을 소개할 지 모르거나 '별거 아닌' 자신의 장점을 포장해 달라는 식의 요청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앞의 글들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심리학자나 인문학자가 아니다. 다만 자기소개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만큼은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여기서 내가 정의하는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아존중감 그 이상이나 이하가 아님을 밝혀둔다).


자기소개를 잘하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쉽게 말해’ 과대평가에 능하다.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후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과대00, 과소00'라는 말의 의미는 '과하다'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사용하겠다). 한데 여기서 당신에게 묻자. 자기 자신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이 뭐 잘못된 것인가? 비난받을 짓인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어느 정도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란다. ‘겸손, 겸양’ 따위를 대단한 ‘미덕’으로 교육받는다. 문제는 그 정도가 말 그대로 ‘적당’했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을 적극적으로 PR 해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스스로를 압박하게 하는 요소로 은연중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령대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본인이 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 지 한 번쯤은 돌아볼 만하다.


자기소개를 잘 못하는 사람은 본인에 대한 과소평가에 능(?)하다. 혹 남들보다 매우 뛰어난 능력이 아닐지언정 본인만의 개성, 특징, 장점은 지구 상의 누구나 가지고 있다.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는 여기서 또 작동한다. 자존감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나를 평가함에 있어서 남을 기준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보다 좀 못한 능력이라도 나의 장점으로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다. 가수처럼 노래를 못 부른다고 노래가 특기라고 말 못 할 이유가 있는가? 컴퓨터 프로그램엔 영 꽝인 당신이 처음으로 PPT 슬라이드 스무 장을 며칠밤을 새워가며 만들어 본 후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었다. 그 뒤에 ‘나는 PPT를 좀 만든다’라고 소개 못 할 이유 있는가? 다시 묻는다. 이렇게 자기를 소개하면 비난받아야 하는가?


A와 B 두 사람이 면접을 보고 있다. A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에 능하다. B는 겸손 아닌 겸손이 입에 배어있다. 면접관이 묻는다. 'PPT는 잘 만드나요?' 두 사람의 PPT 제작능력은 거의 동일하다. 한데 두 사람의 답이 전혀 다르다.


굳이 만들어 본 예 1


두 사람의 답을 들은 면접관은 어떻게 생각할까? 점수로 따져보자. A와 B의 PPT제작 실력은 거의 동일했다. A=B 상태에서 면접을 시작했다. 저 질문을 받기 전에는. 하지만 각각의 대답에서 A는 +1이 되었고, B는 -1이 되었다. 둘 다 0에서 시작했지만. 적어도 PPT 제작 실력에서만큼은 A가 2이고 B가 0이다. B가 스스로를 깎아주었기 때문에 1점이 아니라 2점 차가 되었다.


굳이 만들어 본 예 2




PPT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이 일상인 직업군에 몸담고 있는 나의 지인은 PPT 만드는 걸 꽤 좋아한다. 디자이너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부터 PPT 제작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자신 있게 내세운다. 한데 솔직히 내 기준에서는 아무래도 좀 투박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몇 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자랑하듯 말했다.


우리팀에서 PPT 디자인 마무리는 내가 해
디자이너들도 인정한다~(씨익)

나는 그의 실력을 박하게 평가했지만 그 지인 팀의 평가는 달랐던 거다. 남의 평가와 기준은 이렇듯 제각각이다.


이제 다시 판단해보자. 적어도 자기소개에 있어서만큼은 본인을 ‘과대평가’하는 것과 ‘과소평가’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인가. 어차피 특정 개인에 대한 딱 맞는, 정확한 평가는 그 누구도 불가하다. ‘할 수 없는 외국어를 할 수 있다’란 식의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상, 특히 취업/이직 면접 등 삶의 큰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본인의 자기소개 준비만큼은 넉넉하고 후하게 본인을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대부분이 가족 외 청중 앞에서 태어나 처음 하는 발표, 스피치, 프레젠테이션이 자기소개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발표, 스피치, 프레젠테이션이 자기소개다. 자존감 높은 자기소개. 자신에게 후한 자기소개. 후회 없는 발표의 출발점이다.




어느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본인의 취업 면접 경험담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면접에서 본인의 특기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등과 같은 쉽게 검증 불가한 것들만 주욱 내세웠단다. 사실 그는 그것들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특기들이 업무와 관련은 없지만 자신의 다이내믹함을 어필하고 싶었단다. 그리고 합격했다고 한다. 사기는 치지 말되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지도 말자. 특히 경쟁상황이라면 0:0과 2:0의 차이는 너무 크지 않나.


다음 글에서는 내가 늘 써먹고, 누구나 쉽게 응용이 가능한, 항상 잘 통한다고 자부하는 자기소개 방법을 소개해보겠다.


원본 이미지 출처 Designed by azerbaijan_stockers / Freepik



면접 같이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자기소개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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