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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미쳐야 하나?

돈에 대한 전략적 태도

by 생각하는 수첩

돈에 미쳐야 한다는 말은 처음엔 불쾌하게 들린다. 욕망에 복종하라는 건가 싶고, 진부한 자극용 문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윤진 작가의 『돈미새』를 읽다 보면, 이 말은 단순한 선동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살아온 전략적 태도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는 진짜로 돈에 미쳤다. 다만 그 미침은 본능적인 탐욕이나 허세가 아니라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고, 그 흐름 안에 들어가는 실천’에 가깝다.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본 일만 해도 쿠팡플렉스, 리셀, 블로그, 강연, 책 출간, 클래스101, 온라인 마케팅 등 꽤나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해보지 않고 평가할 때, 그는 해보고 판단한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내가 실패한 적은 많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은 적은 없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한 문장에 『돈미새』의 핵심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결국, 해보는 사람의 기록이다.


그가 돈을 다루는 방식 중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감정적 소비’와 ‘전략적 소비’를 철저히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돈을 보낸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이 말이 뻔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반복되는 수입과 지출의 루틴 속에서 ‘돈에게 목적을 부여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비도 일종의 메시지가 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나 자신이 돈에게 보내는 방향 지시 같은 것. 어디에, 왜, 어떤 마음으로 쓰는가에 따라 돈은 돌아오거나 사라진다. 그렇게 본다면 그는 소비를 통해 돈의 동선을 컨트롤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이건 단순한 절약의 문제가 아니다. 목적이 없는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게 이 책이 던지는 숨겨진 메시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서 자주 보던 문장들, 어딘가 익숙한 어투가 눈에 띈다. 너무 많이 들었던 단어들, 흔한 자극적인 표현들. 진짜 이 사람이 직접 느끼고 생각해 낸 문장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가져와 정리한 것인지 모호한 순간들이 있다. 그는 스스로 말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맞는 말이다. 다만 반복되는 자기 계발 공식 안에 갇히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로 그것을 해석해 냈다면 훨씬 더 단단한 책이 되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 책은 정윤진이라는 사람의 실행력 덩어리다. 하지만 그 실행의 무게만큼이나, 실행을 통해 다져진 ‘그의 어휘’를 더 보고 싶었다. 모방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는 결국 독립적인 언어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유효한 이유는 명확하다. 말로 돈을 설명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움직여 돈을 체험한 사람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세상에 돈에 대해 떠드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돈에 대해 ‘부딪히고 깨지고 실패하면서’ 체득한 언어는 무게가 다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어떤 결론이 남았다. 돈이 나에게 붙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나는 돈에 미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돈을 다룰 전략도, 반복할 실행도 없었다. 『돈미새』는 그걸 아주 조용하게 깨닫게 만드는 책이다.


당신이 돈을 붙잡고 싶다면, 먼저 돈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수없이 실패하면서 돈이 어떤 식으로 흐르는지 체득해야 한다. 결국 돈도 사람도 ‘목적’이 있는 곳에 붙는다. 그 목적이 분명한 사람이 돈에 미친 사람이다. 『돈미새』는 그 미침을 가장 전략적으로 설계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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