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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수첩 Jan 04. 2022

삶에는 의미가 있는가?

(1) 왜 그들은 의미를 찾지 못했나

어쩌면 내 삶에서 두고두고 읽게 될 글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장을 보아도 특정 분야의 맥을 잡거나 역사, 사상 관련 책들이 대부분이다. 업무를 할 때에도 시키지도 않은 분기, 반기, 연간계획을 세다. 관련 부서도 아니면서 회사 전반적인 계획을 작성해보고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내가 사춘기 시절부터 놓지 못한 최대 거시적 난제가 있다. '삶에는 의미가 있는가?' 먼 미래를 잡아 빨리 감을 때, 인생이란 한 없이 의미를 잃는다. 시간이라는 항거할 수 없는 흐름에 삶이 풍화되어 금세 흩어질 것만 같았다. 한창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바라보며 얻은 감상이다. 몇몇 분들은 말을 걸어도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만 응시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아이처럼 울거나 웃었다. 텁텁한 황혼을 엿본 나는 길가를 걸어도 그러한 모습만 보였다. 쓰러질 듯 비척비척 걷는 중년 남성, 상가 입구 구석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숨처럼 내뱉는 노인, 시장에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중년 여성, 이 같은 군상들이 눈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름을 남긴 위인이나 성공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삶에는 어떠한 목적이 있다. 그들은 강한 동기와 열정으로 목적을 달성했고 빛나는 삶을 산다. 그들의 시간과 동에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반대로, '아등바등 살 필요 없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다. 저렇게 돈을 많이 벌어도 어차피 죽는 건 매 한 가지다.'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다. 적어도 나보다 많은 시간을 겪은 이들이 하는 말들이다. 현명한 인생의 조언일까? 이 문장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 즐기며 살아도 짧은 게 인생이다.'로 끝맺는다. 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과연 삶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까? 냉소와 허무가 뱉어낸 후회를 한 움큼 집어 허공에 던진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왜 누구는 찾고 누구는 허무로 치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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