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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수첩 Jan 06. 2022

삶에는 의미가 있는가?

(2) 구분하면 보인다.

결국 크게 보았을 때 삶에 의미는 없었다. 아무리 고민해본다고 한들 삶을 관통하는 의미, 목적, 이유는 없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꽤나 괴로웠다.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다며 한숨을 쉬던 찰나, 불현듯 떠올랐다. 왜 기껏해야 순간을 살면서 전체를 알고자 했을까? 어떤 거대한 이정표가 있어서 마음 놓고 따라가면 특별한 무언가가 될 거라는 치기 어린 상상이 시작이었을까?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는 의미 없이 태어나고 죽은 것일까? 갑작스러운 차사고에 의미가 있을까? 의미는 없다 그냥 일어난 일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어떤 깨달음처럼 다가왔다. 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고 순간에 살고 있으며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에 울고 웃으며 삶의 질을 스스로 평가한다. 아니, 삶의 질을 스스로 느낀다. 나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책을 읽고, 누구와 만나고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만족스러운 지, 즐거운지, 고양감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다. 나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에만 의미를 떠올린다. 나는 내 인생을 느낄 수 없다. 순간을 느낄 뿐이다. 그 순간의 의미는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생각에는 관성이 있어서 그 순간이 모여 인생을 이루니 그 인생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는 방향으로 튀어나가려고 하지만 이는 틀렸다. 순간의 의미는 매 순간 달라서,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룰 수 없다. 스스로를 끝없이 성찰하고 순간순간 자아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나를 알고 나를 믿고 순간을 느껴라. 그게 전부다. 그러면 매 순간이 가득 찬 기분이다. 항상 밑 빠진 독처럼 마음 한쪽이 허전했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허전함이 이렇게 채워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순간을 충실히 느낄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허무가 아니다. 덧없다고 표현되는 모든 것들은 나를 침범할 수 없다. 그냥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상과 상상을 구분하고 순간에 발 딛고 있는 나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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