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꽃에서는 유독 향이 진하게 난다
시들어 갈수록 더하다
꽃의 비명이다
말 못 하는 꽃은 향기로 비명을 지른다
내 방식으로 아파하지 않는다고
예쁘다 예쁘다 무심하지 마라
탁자 위에 놓인 화병에 시들어가는 꽃이 여러 송이 꽂혀있었다.
시드는 와중에도 달콤한 향기가 가득하여 무심코 중얼거렸다.
'대견하구나, 누렇게 고개를 숙여도 향이 진하다니'
그날 저녁 그 꽃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향이 남았어도 보기 좋지 않으니
버려진 것이다.
'그 꽃, 참 향기가 좋았는데'
빈 화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버려진 꽃을 추억했다.
그러다 문득, 그 꽃에게도 좋은 추억이었을지 되새겨 보았다. 달콤했던 향기는 사실 꽃의 비명이 아니었을까?
무참히 꺾여 시들면서도 강한 향을 뿜던 그 꽃은 비명조차 향의 농도로 표현한 걸까?
비명조차 환희로 뒤바뀌는 의사소통이 있다면 그야말로 지옥이 아닐까.
이렇게 줄줄 글을 써도 기념일이 되면 으레 꽃다발을 사겠지만
맞이하는 향기도 당사자에게는 비명일 수 있음을 종종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