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지. 살아가야지.

by 생각 유영

"다행이네요."

퇴사를 번복한 뒤 사수 그리고 팀원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들에게도 다행이었고 나에게도 다행이었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어난 일이었지만 지금 다시 돌아봐도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들 중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실무팀에서 근무 중인 대리님도 나에게 표정이 좋아진 것 같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거냐고 물었다.

"네. 맞아요. 하하"


진심이었다. 나는 사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 대한 원망이 많은 사람이었다.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를 했고 그렇게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갔고 적성과 흥미 따위는 알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나를 채용해 주는 곳에서 일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근데 너 다 해본 거 아니야?"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음악을 좋아해서 기타 학원을 4년을 다녔고 실용음악과를 목표로 입시에 도전했지만 여섯 달 만에 포기하였고 운동을 좋아해서 체대 입시를 시작했지만 세 달 만에 그만뒀다. 몸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로 물리치료학과 편입을 시도했지만 그 또한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결국 불합격했다.


여자친구의 말을 통해 나를 되돌아봤다. 내 흥미와 적성은 딱 그 정도였구나. 알고 보면 나는 인내와 끈기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나의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다는 것들을 다 지원해 주셨구나.


일이든 취미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적어도 1년은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 또한 그럴 것이라 굳게 믿으며 오늘을 살아간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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