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주말동안 브런치에서 다른 글들을 읽어보니, 역시나 에세이 플랫폼 다웠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부터 삶의 철학까지, 저마다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계셨어요.
그 사이에서 혼자 업무 이야기를 진지하게 쓰고 있던 저를 발견했을 때의 그 어색함이란,, 그래서 오늘은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제가 책을 썼던 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첫번째, 어쩌다가 책을 쓰게 되었냐고요?
저는 원래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주변에 권하고, 괜찮은 경험을 하면 누군가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지는 성격이에요. 돈이 오가는 것도 아닌데, 바이럴을 만들고 입소문을 퍼뜨리는 게 제겐 재미이자 보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챗GPT를 잘못 사용 하는 사람들을 봐도 할말이 많았고, 업무를 그렇게 하는것보다 더 잘할 방법이 있는데, 설명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싶었고, 쓰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이 되어 있었습니다.
두번째, 책은 어떻게(how) 썼냐고요?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저는 매일 스타벅스로 '출근'했습니다.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서, 자꾸 침대에서 딩굴거리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들 스타벅스에 가서 공부를 하는지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백색소음과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 눈치도 있고, 백색소음이 적당히 흐르니 오히려 글이 잘 써졌습니다. 노트북을 켜놓고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을 수도 없으니, 억지로라도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세번째,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뭐냐고요?
저는 에세이에 재능이 없습니다. 늘 딱딱한 글만 써왔으니까요. "회신드립니다.", "검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처럼 제 손끝에서 나오는 모든 문장은 객솔직히 관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했습니다. 법률가의 글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앞뒤 논리 구조가 맞는지, 표현이 모호하지는 않은지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설명문 같은 글이 나오곤 했죠. 좀 더 쉽게 쓰고 싶어도, 제 직업병 같은 습관이 늘 방해를 했습니다.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번째, 책을 어떻게 낼수 있었냐구요?
저는 남들이 보기에는 J인 사람이지만, P의 성향이 반반 있습니다. 계획이 명확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타입은 아닙니다. 대충 얼기설기 계획을 하고, 일단 부딪쳐 보기로 합니다.
책도 그랬습니다. 출간 계획서를 쓰고, 원고를 다듬고, 투고를 한 건 겉으로 보기엔 철저히 준비된 과정 같지만, 사실은 “일단 저질러 보자”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앞으로의 길이 보이지 않아도, 막상 걸어 나서면 새로운 길은 계속 생기더군요.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한번 해보자”라는 첫 결심이었습니다.
쓸 때는 왜 그렇게 할 말이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앞뒤 문장이 겹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매번 다시 읽고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수없이 읽고 다듬었는데도, 막상 편집 과정을 거치고 나니 전혀 다른 책이 되어버린 것 같더군요.
생각해보면, AI 시대에 직장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이 고민해본 적이 제게 또 있었을까요? 결국 책을 쓴다는 건 글을 남기는 일이라기보다, 제 생각을 더 깊게 파고들고, 정리해내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뭐,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해야지. 어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