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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Nov 30. 2020

지우개













지우개는

자기 몸을 더럽혀가며

사람의 손에 의해 지워야 할 것을 지우고

잘못된 글자를 고치기도하고

그림 한 장을 완성하기위해

그 한 몸을 바친다.

그렇게 닳고 닳으며

점점 작아지다 말없이 사라진다.

실 컷 똥을 아주 잘 싸고

간다.


대단한 희생이고

순응하는 법을

보여준다.


남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과

순응하며 사는 것은 다른말이다.

삶의 다양한 단편적인 일에 우리는 얼마나

역행하며 살고 있는지.

내 생각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가슴과 마음이 시키는대로 사는 게

순응하는 삶이 아닐런지.


나도 지우개를 닮으면

똥 한번 질펀하게 잘 싸고

뭐든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넌 똥코도 없는게

어찌 그리 똥을 잘 싸냐고 묻는 나에게

지우개가 온 몸이 똥코라고

대답한다.







김도경 그림에세이

<이런 날, 이런 나> 061. 지우개

<Day like this, Me like this> 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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