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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Jan 21. 2021

돼지머리


















언젠가부터 

어깨가 결리고 머리가 무겁기 시작했다.

친구를 사귀고

회사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고사상의 돼지머리를 쓰고

죽은척 하고 살아야 하고

웃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웃어 줘야 하는

두꺼운 비게 덩어리 같은 

가면을 써야 했다.

타인을 대할 때도 늘 쓰고 있어야 하지만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을 볼 때도

심지어 쓰고 있어야 했다.

눈물이 흐를 때도

돼지머리는 웃고 있었다.

덕분에 콧구멍과 입구멍에는

돈이 꽂혔다.

굶고 살지는 않았다.

나에게 절도 하고

돈을 주니 어떻게 벗을 수가 있을까.

언제 이 무거운 돼지머리를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못 벗는 건 아닐까?

돼지머리가 말한다.

웃는표정이 진실되게 보이려면

목소리가 가식적이어야 한다고.
진실과 가식의 경계에서
오늘도 내가 괜찮은지도 모른채
살아간다.

이제 그만 벗어던지고
머릿고기나 만들어서
배고픈이들과 함께 
나눠 먹고 싶어진다.










김도경 그림에세이

<이런 날, 이런 나> 068.돼지머리

<Day like this, Me like this> 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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