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어릴 적 뒷산에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유달리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해서
나는 그 나무 아래에서만 놀았다.
다른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고
늘 그 나무만 찾아서 놀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뒷산에 올라
그 나무를 찾아갔는데
뿌리와 몸통만 남아있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한 장면처럼
나는 그 잘린 나무에 우두커니 앉아
이 나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고 짐작만 할 뿐이지만
아마도 나무가 너무 좋아
가구를 만들기 위해 베어갔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뿐이다.
그 나무가 없어지고 나니 다른 나무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평소 관심을 안 두었던 나는 덤성덤성 보이는 잘려나간
나무들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왔다.
나무 한그루가 숲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나무가 있어 그 숲을 찾았었다.
그 나무에서 꿈을 꾸고 숲이 온통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좋아하던 나무가 없어지고 나니
그제야 그 숲이 보였던 것이다.
김도경 그림에세이
<이런 날,이런 나> 075 작은 거울
<Day like this, Me like this> 작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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