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shing Hope
[한국어는 아래에]
Day 120: 8 May 2016, Melbourne
Today, I’m sharing a story that my friend, Pedro Gutierrez wrote. He sings and plays music like no other, writes so beautifully that you’d be taken away by his poetic words immediately, but he can never pronounce or spell my name correctly after knowing me for months; yet, he is so upfront and confident about it that I have no choice but to accustom myself to the way he addresses me.
Among the stories that he shared with me, this one is the first episode of ‘The Forgotten’. He imagined the stories of the strangers that he passed by on a street, in a train, at a supermarket or anywhere else in Melbourne. They were originally written in Spanish, and I tried my best to translate them in English (and Korean). He writes as much as — if not more than — I do. I’ll be more than happy to have him as a guest writer again anytime in the near future.
I will start with Dorothy, or at least it was the name that was written in the tag of her suitcase. I ran into her about two weeks ago in a train with lights from a waiting room. It was a bit later than 11 and it was one of the last trains that was heading towards the south-eastern suburbs. The train was basically empty; a few rows back, there was a couple touching each other and a couple of guys at the back that looked like they have had enough of living for today.
She was sitting in the front in one of the reserved seats for disabled and pregnant women. She was wearing a grey John Smith tracksuit and had a suitcase on her knees. She was brown and skinny, and bones on her face formed caverns of flesh.
She paid much attention to that suitcase. In fact, I don’t remember if she raised a gaze even once during the whole journey. It was as if that suitcase contained the universe and she had to guard it. She was taken in by it. Her hands were frenetically moving side to side, searching for something to amend, be them stains, creases, or frayed ends. And if there was a slightest imperfection, she would pull out her fingernails and scratch until she was sure that they were gone.
However, they never disappeared. It was never sufficient. At some point, I even thought that she was blind and was trying to figure out some divine message that was marked close to the zipper. But it wasn’t. God had long forgotten about her, and now she was spending her days preparing her empty suitcase, waiting for the day that God will return with everything that he owes her.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120일: 2016년 5월 8일, 멜버른
오늘은 스페인 친구 Pedro Gutierrez가 쓴 글을 나누기로 했다. 친구는 누구보다도 멋들어지게 노래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며, 친구가 쓴 시적인 글은 그 아름다움에, 읽자마자 빠져들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나를 안 지 몇 달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거나 적지 못한다. 동시에 어찌나 뻔뻔스럽고 자신만만한지 나는 친구가 나를 부르는 방법에 나 자신을 길들일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내게 보내준 글 중 오늘은 ‘잊힌 사람들’에 대해 쓴 첫 번째 에피소드를 선택했다. 친구는 길이나 기차, 슈퍼마켓 혹은 멜버른의 일상에서 지나친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글을 적었다. 스페인어로 쓰인 글을 한국어로 (그리고 영어로) 최대한 비슷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다. 친구는 나만큼이나 — 아니 아마 나보다도 많이 — 글을 쓴다. 그렇기에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오늘처럼 초대 작가로 글을 기고한다고 한다면 나는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도로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아니, 도로시라는 이름은 그녀의 여행용 가방에 적힌 이름이었다. 한 이주 전 쯤 마치 병원 대기실처럼 형광등 빛이 나는 열차 안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다. 열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고 남동쪽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 중 하나였다. 기차는 텅 비어있었다. 몇 줄 뒤에 서로를 더듬고 있는 연인이 있었고 그 뒤에는 이미 하루를 다 산듯한 모습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녀는 노약자석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회색 John Smith 브랜드 추리닝을 입고 있었고, 무릎 위에는 여행 가방이 놓여있었다. 갈색 머리에 비쩍 마른 그녀의 얼굴은 마치 살가죽 아래로 텅 빈 동굴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여행 가방에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생각해보니 가는 내내 한 번이라도 눈길을 들어 다른 곳을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가방 안에 우주가 담겨 있었고 그녀가 이를 경호해야 하는 것만 같았다. 이에 온통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바쁘게 좌우로 손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고치려고 했다. 얼룩이든 옷의 구겨짐이나 헤진 곳이든 말이다. 그리고 약간의 결점이 있다면 그녀는 손톱으로 그게 사라졌다고 생각할 때까지 이를 긁어댔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 나는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으며 지퍼 근처에 적힌 신이 보낸 메시지를 알아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신은 그녀를 오래전에 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텅 빈 여행 가방을 준비하며 날들을 보내며, 언젠가 신이 나타나 그녀에게 빚진 모든 것들을 돌려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