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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Choi Mar 09. 2016

이별 이야기

Story about Parting

한 사람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가슴 떨리게 소중한 일이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동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소중함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에.
While being that one special person to someone is a thrilling and precious thing, it also accompanies an equal sense of fear, thinking how such unique and invaluable thing might fade away any time.


59일: 2016년 3월 8일, 멜버른


우연히도 이별에 관련된 글을 연달아 세 편이나 읽게 되었다. 하나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헤어짐에 관한, 하나는 직장에서의 동료의 떠남, 그리고 마지막은 롤링스톤즈의 테킬라 선라이즈가 사랑의 달콤함과 이별의 씁쓸함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글이었다. 그것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를 들으면서 말이다. 한국어로 된 노래를 자주 듣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인디밴드 노래를 오랜만에 들어서일까 묘하게 지구 저 편,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던 고등학교 교실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최근 누구와 이별한 적도 없는데, 이별의 알싸함이 느껴져 괜스레 이별과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가슴 떨리게 소중한 일이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동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소중함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에. 테킬라 선라이즈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갖고 있달까.


내게 헤어짐이란 이런 것이었다. 흥미로운 대화 주제가 떠오르거나, 즐겨 읽은 기사나 책을 발견했을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떠오르지만 더 이상 조잘거리며 그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없을 때 나는 이별을 실감하곤 했다. 함께 공유하던 일상이 이제는 각자만의, 동떨어진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랄까. 지금은 피식하고 웃는 이야기지만 정말 가끔은 그 사람이랑 정말 나누고 싶은 대화거리를 발견했을 때는 염치도 없이 연락을 해볼까 고민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별이란 연인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읽은 글처럼,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던 직장 동료에도 해당이 되고, 같은 지붕 아래서 사는 친구들에게도 해당이 되고, 살을 부대끼며 차를 타고 여행을 다닌 친구들에게도, 도시 곳곳을 누비며 함께 사진을 찍던 친구들에게도,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말로 깔깔대며 추억을 쌓아간 친구에게도 해당이 되며,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도시를 탐방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던 친구들에게도 해당이 된다.


물론 어렵지 않게 인터넷 상에서 연락을 주고받고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인연을 맺어왔던 소중한 사람들이 나의 일상에서 떠나간다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운만큼, 나는 내가 위치한 시간과 장소가 바뀌면 그 이전의 인연을 유지하지 못하는 편이다.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내가 줄 수 있는 걸 다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기에,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인연에 나를 떼어주다 보면 눈에서 멀어진, 같은 도시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게 돼버린다. 그렇기에 반짝이는 화면 너머서에서나 소통할 수 있는 다른 도시에 있는 사람에게 소홀해지는 편이다. 그렇게 불가피하게 나는 원치 않은 이별을 해버리곤 한다.


그동안 쌓여온 이별이 갑자기 이렇게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메시지를 할 수도 있고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영상통화를 걸어서 또렷하지는 않아도, 가끔 끊기기는 해도 얼굴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직접 눈을 바라보고 피부를 느껴가며 전선을 통하지 않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그때만큼 절절하게 이별이 느껴지는 때가 없는 것 같다. 


더 많은 곳을 보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나이지만 이럴 때마다 나는 망설여진다. 오랜만에 홍콩에 있는 친구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치를 떨며 떠났던 그 도시의 사람들이 보고 싶은 날이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Day 59: 8 March 2016, Melbourne

I read three articles about parting today. One was about breaking up with a lover, another was about the departure of a colleague at work and the last one was about how The Rolling Stones’ favorite cocktail Tequila Sunrise embraces the sweetness of love and the bitterness of parting. And for some reason I was listening to a song about parting while reading, which somehow brought me right back to the the classroom of my high school where a warm sunlight used to come in during late afternoon.


This series of events led me to feel a poignance of parting. And although I didn’t even have a breakup recently, that made me think about parting and human relationship. While being that one special person to someone is a thrilling and precious thing, it also accompanies an equal sense of fear, thinking how such unique and invaluable thing might fade away any time. Just like how Tequila Sunshine bears both sweetness and bitterness.


For me, a breakup was like this: whenever I came up with an interesting topic to talk about, or enjoyed reading an article or a book, or was eating a delicious meal, that person would naturally come to my mind. But the fact that I couldn’t go up to him and tell those stories would remind me of the breakup. Now that I think about it it’s ridiculous but sometimes I seriously considered talking to the person only because I found a topic that I would love to talk about with him.


But parting isn’t unique to a lover. Like one of the articles I read, it involves a coworker that one used to share conversations over a lunch or a coffee. It also concerns housemates who share the same roof, friends who went on a road trip together, that explored a city together while taking photographs, that roamed around a foreign country that both were new to, while laughing and chatting in each others’ second language, and also friends that you cycled around with in a new city to find delicious brunch places.


I am of course aware of the fact that we live in an era that one can message another easily, or even make a video call. However, as much as I feel an aching void when the people that I care leave my everyday life (or in most cases I leave them), I am terrible at keeping up with the relations that I have established in previous time and location I was in. As I tend to spare the most of who I am to the people that I care, it becomes almost impossible to spare my time and attention to those who are in different cities. That’s why I may seem neglectful to those who I am only able to communicate with over a gleaming screen of a laptop or a phone. And that’s how I end up parting with some undesirably.


There are days when a sense of parting that has been accumulating over a period of time sweeps in like a big wave. I can message, call to hear one’s voice or make a voice call to see a blurry face that often freezes in a screen, but I would still be unable to look into that person’s eyes and feel his/her skin and listen to one’s voice unhindered by a wire. That’s when I really feel the heartbreaking sense of parting.


While I’d like to see more parts of the world and meet more of diverse and interesting people in this world, this is a moment that makes me hesitate a little. I listened to the cheerful voices of my friends in Hong Kong earlier today. And it makes me miss the people in the city that I left so discontentedly.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Come see the photos I took on my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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