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김다미라는 배우에게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였지만, 우연히 잠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고, 배역의 모습이 아닌 김다미라는 사람을 보고 더 깊은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재밌게 읽었다는 책이 궁금해서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나도 좋아해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누군가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사람이 지나온 길들을 내가 다시 걸어보는 일.
이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에 나도 다가서 보고 싶다.
이것을 왜 좋아하는지 스스로 알아내고 싶다.
이 사람은 여기에서 무엇을 본 걸까?
이 사람은 이걸 대체 왜 좋아하는 걸까?
이 사람의 세계를 탐험하는 동안 내가 바라본 곳들, 내가 주운 것들은 내 세계로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곳에 발걸음을 옮겨보게 된다.
늘 내 세계만을 배회하던 보수적인 내 발걸음을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만드는 건 언제나 무언가로부터의 끌림이었다. 누군가의 세계로부터 온 초대장으로 우발적 마주침 들은 시작됐다.
그 사람이 시간을 들여 머문 곳에 나도 시간을 써본다.
'이것 때문에 좋아했구나!' 하고 스스로의 의문에 나름의 대답도 찾게 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에 머물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가봤다고 믿는 곳에 가는 것이고,
그 사람이 머물렀다고 믿는 곳에 머무를 뿐이다.
그 사람이 이것을 왜 좋아하는지, 정말 나와 같은 것을 본 건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나만의 착각에 머무르지만, 그 사람이 머물렀던 장소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나만의 세계를 벗어나게 만들고, 그 사람의 세계라고 착각하는 곳에 나를 데려다준다.
나의 세계도, 그 사람의 세계도 아닌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은 내 세계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져온 것들을 그 사람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방에서 투박한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가져와 자랑하는 아이처럼.
나에게 닿으려 하는 그 시도만으로도 우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내 세계를 멋대로 바꾸려 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 우리는 나 자신을 보여줄 용기를 얻는다.
https://youtu.be/63 Jpe_ccEXk? si=-V-oRttHuXm-lp9x
남자 : If this was our last conversation what would you never want me to forget?
여자 : That I am who I am because of you
남자 : Likewise
아름다운 대화. 그리고 언어로 환원될 수 없는 비언어적인 것들의 교환.
남김 없는 소통.
저한테 종이 한 장만 찢어 주실래요? 자 이거 보세요. 접히죠? 우리 인생은 이렇게 접혀가는 거예요. 초등학교 때 한 번 접히고, 또 접히고 이렇게 계속 접혀가는 거예요. 이 종이의 주름이 현실로 나타나는 게 우리 얼굴의 주름인지도 몰라요. 젊었을 때 관계 맺기가 왜 좋은 줄 아세요? 종이가 처음엔 잘 접히잖아요. 근데 계속 접다 보면 접히질 않아요 이제. 나이 들어서 관계 맺기가 그래서 힘든 거야. 그냥 이대로 사는 거야. 근데 누군가를 만나서 이 사람이 마음에 들잖아요? 그럼 내 종이를 펼치게 돼요. 그럼 다시 접을 수가 있잖아. 물론 종이가 접히며 생긴 주름처럼, 내 삶에 새겨진 주름은 사라지지 않아요.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하잖아요? 그럼 여러분은 자신을 펼쳐서 여러분의 주름을 남김없이 보여주게 돼요. 그 사람이 놀랄 수도 있어.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네?" 하고 도망갈 수도 있어. '이런 여자랑 어떻게 살아?' '왜 이렇게 가정폭력을 많이 당했어? 온갖 일을 다 당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왜 자신의 주름을 펼쳐 보였을까? 나중에 어떤 사람이요 "저 사실 그렇게 근사한 사람 아니에요. 저 사실 조울증 있어요" 이렇게 고백한다면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당신을 통해 새로 접고 싶다는 뜻이야.
ㅡ 강신주
"따뜻한 사람, 혹은 몰입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래서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행운은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지요. 스스로 고독을 깨기 위한 적극적인 몸부림이 있어야 합니다. 춤도 춰 보고 노력은 해 볼 수 있어요. 해 보는 데까진 해 봐야 되겠죠. 어쨌든 방법은 알았으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면 나를 가두고 있는 그 감옥의 두께가 좀 얇아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런 어머니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따뜻한 사람이요.
어쨌든 따뜻한 사람이 여러분을 나올 수 있게 괜찮다고, 여기는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ㅡ 다상담 사랑편
자신의 맨얼굴을 보여주려는 사람. 자신을 숨기려 하지 않는 사람.
기꺼이 창피를 감수하겠다는 그 의지의 아름다움.
사랑은 가면을 벗고 화장을 지운 맨얼굴로,
방어기제로 둘러진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벗고 맨 몸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잃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네가 날 볼 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신해철 - 일상으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