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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엉겅퀴 May 17. 2024

시작하며 (프롤로그)

1화 




대한민국에는 많은 사장님들이 있어. 특히나 크고 작은 ‘내 가게’를 운영하며 먹고사는 사장님들이 많지. 2021년을 기준으로 자영업 종사자의 통계치를 보면 전체 국민의 약 4분의 1을 차지해. 꽤 많지? ‘1인 가게 사장님’이 급격히 늘어난 2022년도의 통계치까지 포함한다면 자영업 종사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어.


 나는 장사꾼은 아니고, 소위 ’장사하는 남편’을 둔 아내로 살고 있어. 2024년이 되어서 만으로 꼭 15년이 되었지. 남편과 나는 수 십 년 장사한 고수 장사꾼들에 비하면 ‘조무래기’인 수준이지만 아직 10년이 채 되지 못한 더 많은 여러 장사꾼들에 비하면 차곡차곡 쌓아 나간 인사이트 insight가 있지.


전 국민의 4분의 1 이상이 장사하는 나라라서 그런지 서점에 가 보면 장사꾼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참 많아. 매출 증대 비결, 영업 노하우, 매장 운영 방식, 직원 관리 요령, 세금 업무 등등 자신의 장사 철학과 노하우를 담은 여러 책들은 늘 서점의 베스트셀러 한 켠을 차지하고 있지. 꼭 장사에 관련한 것이 아니더라도 장사꾼으로 성공 한 자신이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를 이야기하는 에세이들도 많아. ‘위대한 성공가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중은 시대를 막론하고 궁금해하니까. 따라서 장사꾼으로서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자서전 같은 에세이나 영업비결에 관한 책을 출간하는 것이고.





그런데 말이야, 세상은 왜 성공한 사업가나 성공한 장사꾼에게만 집중하는 걸까? 어느 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분명 승승장구하기 이전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만 보아도 장사꾼 부부는 함께 가게를 지키거든. 한 가지만 얘기해 보면, 장사꾼남편이 젊은 패기에 철 없이 운영하고 가게문을 열었다 닫았다 들쭉날쭉 일을 해도 그저 묵묵히 그곳을 지킨 장사꾼 아내의 ‘인내심’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잖아, 하물며 사람인데 장사꾼의 아내로 15년을 살면서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나는, 나처럼 ‘장사꾼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대변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필을 시작했어. 혹여나 성별이 바뀌어 아내가 장사꾼일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위치가 중요하지 성별은 후순위인 것 같아. 아내가 장사꾼으로,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는 이면에는 뒷바라지하는 남편이 있을 거야 분명히.


‘장사꾼의 아내로 산다는 것’ 이게 뭐 어떻다는 건가, 싶을 수 있어. 이런 게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것 인가, 의아할 수도 있어. 한편으론 사업하는 당사자가 쓴 글이 아니기에 직접적인 영업비결이나 노하우를 다루지는 않을 거라 조금은 지루할 수 있어. 차라리 15년 동안 어떻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냈는지, 장사꾼 남편의 고생담을 풀어내면 더 흥행성 있는 원고가 나오지 않을까 그런 것도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야. 하지만 초반에 이야기했듯 장사꾼의 입장에서 쓰인 책은 너무나도 많아. 그만큼 훌륭한 책들도 너무나 많고. 장사꾼 입장에서 쓰인 책들은 기존에 출간된 것들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래서 이제는 이야기하고 싶어. 흔하게 알려진 장사꾼 이야기 말고, 그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아내의 인생을. 15년의 세월이면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도 대중들에게 묵인될 연식은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아직 살 날이 더 많고 나아가야 할 길이 구만 리지만 무슨 일을 하든 이 정도 즈음이 됐을 때 과거를 돌아보면 자아성찰이 될 거야.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간접경험으로 귀감이 될 수 있고.


장사꾼의 아내로 15년을 산 나의 이야기 역시 현실이야. 이 정도면 웬만한 직업에 버금가는 노련함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위치임에도 장사하는 남편을 둔 여자라는 이유로 여러 방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게 되지.


대한민국에 이렇게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와 비슷한 세월을 혹은 훨씬 더 된 세월을 장사꾼의 아내로 산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들의 공감을 세상으로 이끌어 내고 싶어. 이 마음이 내가 앞으로 쓰게 될 내용의 핵심이야.


수많은 직업은 그 직업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불리고, 좋은 직업일 경우 그 직업의 아내까지 사회적 존경을 받아. 예를 들어 교회 목사님의 아내도 사모님, 의사 남편을 둔 여자도 사모님, 군인의 아내도 사모님, 기업의 이사 아내도 사모님 등으로 불리는 경우처럼. 자영업을 하는 가게 사장님의 아내도 사모님이라고 불리지. 나도 사모님으로 불리는 사람 중에 하나이고. 나를 사모님이라고 가장 많이 부르는 건 우리 가게 직원들이야. 그리고 손님들 중 10년 이상 된 단골손님들이 나를 사모님이라고 불러. 그런데, 언젠가부터 - 지금 집필하면서 생각해 보니 이 주제에 관련한 책을 써야 하겠다 고 마음먹은 시기부터 인 듯 – 누군가 나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불편하고 듣기 싫은 소리처럼 들리더라고.


사모님? 사모님이라고? 나는 결코 대중이 생각하는 수준의 사모님이 아닌데 말이지. 듣기 좋은 대명사 ‘사모님’이라는 단어에 많은 것이 가려지고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이야기해 보려 해.






이 책은 한 마디로 인내심에 관한 얘기야. “어떻게 그렇게 참고 살았어? 어떤 생각을 하며 그렇게 견딘 거야?”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고 그럴 때마다 겪어 온 과정을 그들에게 얘기했어. 그러다 보니 이런 게 인생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며 결국은 이것도 사람 사는 이야기인가 싶더라고. 나를 만나며 인연이 된 사람들 중 대부분은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진 줄 아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얘기하려고 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이 있어. 극복하고 극복해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통을 견디고 버텨내는 인내심이야 말로 인생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거겠지.


 대한민국에서 장사꾼으로 먹고살며 3년을 버티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고 대단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사장님이라는 명함을 가진 장사꾼 당사자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를 뒷바라지하는 장사꾼의 아내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얼마나 많이 인내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인내해야 하는지를.


미래에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장님, 장사를 막 시작한 초보 사장님, 한참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장님, 수십 년을 장사해 온 노련한 사장님, 그리고 그들을 뒤에서 내조하는 아내들에게 이 이야기는 거울이 되었으면 해.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고 반성하며 과연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앞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생각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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