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겪은 돌치레
돌치레. 대부분 한 번쯤 겪는 일이라고 들었는데 시기가 다소 지나서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다. 방콕 도착 며칠 후 갑자기 아이가 열이 올랐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출국 전에 병원을 3개 정도 알아보고 왔었다 (범룽랏 병원, BNH 병원, 방콕 크리스찬 병원). 우리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범룽랏 병원으로 갔다. 그날은 공휴일이었는데 새벽에 병원에 전화해보니 휴일도 아침 8시부터 진료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큰 병원 갈 일이 없어서 비교하기 힘들지만 범룽랏 병원은 규모가 엄청 컸다. 시설도 좋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접수할 때부터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신청했다. 검진할 때부터 약국에서 약 탈 때까지 옆에서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낯선 환경에 컨디션까지 안 좋아서 그런지 아이는 체온을 측정할 때부터 엄청 울었다. 한국에서는 접종 주사를 맞을 때도 울지 않는 아이였는데, 괜히 타지까지 데리고 와서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병원에 있는 두유를 먹이고 놀이터에서 놀면서 진정을 좀 지켰다.
의사 선생님이 중이염은 아니라고 독감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 독감 검사를 할 때 아이는 또 엄청 울었고 이를 계기로 나중에 한국에서 주사를 맞을 때도 울기 시작한 것 같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고 인후염 소견받아서 약 처방받았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옆에 있는 미얀마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태국 주위 국가에서 범룽랏 병원으로 의료관광을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본인과 본인 부모님도 여기 와서 수술했다고 했다.
온몸에 열꽃까지 피었던 아이는 5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서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이후 귀국 직전에 한 번 더 방문하게 되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서 대기 시간도 길었고, 한국인들도 몇몇 있었다. 이 날은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 다른 통역하시는 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방콕에 가기 전에 통역사 분들이 불친절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오히려 매번 큰 도움을 받아서 너무 감사했다.
새벽에 아이가 열이 많이 날 때 겁도 났었는데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많이 안도했던 것 같다. 특히 통역하시는 분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지가 되었다.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던 진단서 등 서류들도 직접 병원 직원들한테 이야기해서 챙겨주셨다. 한국에서 병원 가는 것보다 확실히 비용이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후 여행기간 내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