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을 며칠 앞두고 나는 아이와 호텔에서 놀고 와이프는 시내에 쇼핑하러 간 날이었다. 3시간 정도 지났나, 와이프가 울면서 들어오더니
'나 폰 잃어버렸어..'
사실 폰 잃어버린 자체는 큰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여행기간 내내 찍어놓은 사진이 날아갔다는 것이었다. 일단 카톡도 하고 전화도 해보았지만 당연히 연결은 되지 않았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폰 정지(?)를 시켜놓고 로비로 가서 경찰서 약도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렇게 우리의 경찰서 방문기는 시작됐다.
주소를 들고 근처를 한참 돌아다녔는데 찾지 못했다. 아이까지 안고 헤매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지나가던 대학생 3명이 도와주었다. 자기들도 찾지 못하자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서까지 친절하게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다주었다. 로비에서 알려준 곳은 경찰서의 분소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계셨던 경찰관들이 주소를 하나 적어주면서 거기로 가보라고 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한국의 경찰서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아담했다. 사람도 없어서 바로 조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경찰관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놀랬다.
일을 다 보고 경찰서를 나왔을 때부터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되었다. 잃어버린 폰에 유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랩을 잡을 수도 없었고, 너무 외지라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지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뜨거운 날씨에 아이를 안고 한참을 걷다가 겨우 택시를 잡았는데 여행기간 동안 처음으로 택시비를 네고치는 기사를 만났다. 겨우 잡아 탄 택시였기 때문에 알아서 하시라고 하고 출발했다. 택시 안에서 자기도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맹세코 절대 가격을 부풀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참 부풀린 가격이었다. 한국 돈으로는 얼마 안 되는 돈이고 그때가 아시안컵 기간이었는데 축구 이야기도 하고, 서로 안 통하는 언어로 유쾌하게 대화하면서 왔다는 것에 만족했다.
클라우드에 사진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줄 알고 한 동안 의기소침했던 와이프는 다른 건 몰라도 아이가 좋아했던 '씨라이프' 수족관은 한 번 더 가서 사진을 남겨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날 그곳에 다시 갔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진은 1년쯤 뒤 클라우드에 저장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