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마음수리 2>
쾅! 쾅! 쾅!... 쾅! 쾅! 쾅!
주방일을 보고 있는데 옆 식당에서 별안간 벽이 부서지는듯한 굉음이 들렸다.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벽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굉음 후 잠시 안심하는 듯했으나 알 수 없는 굉음은 다시 시작되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이러다 벽이 무너지는 거 아니야?"
천둥 같은 소리에 너무 불안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한 마음에 심장이 안정되질 않았다.
쾅! 쾅! 쾅!... 쾅! 쾅! 쾅!
"이쪽에 달까? 저쪽에다 달까? 이쯤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매장에 참 아쉬운 것이 시계가 없다는 것이다. 주방에서 일하다 바로 볼 수 있는 시계가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이쪽에다 설치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던 망치와 못을 꺼내 들었다. 주방에서 일하다 바로 확인가능한 곳에 시계를 걸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을 박으러 매장의 한적한 벽에 의자를 놓고 올라가 못을 박았다.
쾅! 쾅! 쾅!... 쾅! 쾅! 쾅!
벽이 샌드위치 패널이라서 그런가! 소리만 요란하게 날 뿐 못은 생각 같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더욱 힘을 줘 망치질을 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몇 번을 박았을까! 드디어 못이 벽을 뚫고 들어갔다. 그 자리에 시계를 걸었더니 참 보기 좋았다. 이제부터는 주방에서 일하다 젖은 손으로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묻지 않아도 되니 너무 편리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옆집 식당에서 연세가 많으신 아주머님이 찾아오셨다. 옆집 사장님이셨다.
"아니 벽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벽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네!!! 벽에 못하나 박았는데요?"
"지금 벽에 걸어놓은 온수기가 넘어가고 있어요! 저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못하나 박았다고 벽에 걸려있는 온수기가 넘어가요?"
"와서 확인해 보세요! 온수기가 넘어가면서 선반을 눌러서 빠지지도 않고 있어요!"
"온수기가 넘어간다고요?"
"선반에 국자를 걸어놓는데 온수기에 끼여서 국자가 안 걸리잖아요!"
시계 걸려고 못하나 박았는데 샌드위치패널벽에 못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더욱 힘을 줘 박기는 했는데 그 바람에 옆집 벽에 걸려있던 온수기가 넘어간다니 이게 웬 말인가 싶었다. 다급했다. 어디 빨리 조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순간 지난번 수도공사를 해준 집수리업자가 생각났다.
아파트주방에 누수가 있어 수리해 준 적이 있는 의뢰인이 음식점을 오픈했다. 음식점의 수도공사와 배수관 공사를 해드렸는데 이번에는 좀 난해한 부탁을 하신다. 샌드위치 패널을 사이에 둔 두 음식점에 분쟁이 생긴 것이다. 먼저 피해를 입은 음식점에 방문했다. 연세가 많으신 여사장님은 얼마나 놀라셨는지 온수통이 넘어질까 봐 퇴근 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하셨다. 사장님 말씀은 온수기업자가 샌드위치패널을 보강한 후 온수기를 벽면에 달았다는 것이다. 이번일로 온수기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온수기를 살펴보니 사장님의 말씀처럼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었다.
온수기가 매달려있는 벽면을 살펴보니 의문이 들었다. 온수기는 샌드위치패널벽면이 아니라 건물의 뼈대가 되는 콘크리트 기둥에 튼튼하게 걸려있었던 것이다. 마침 사장님의 젊은 아드님이 나와계셨기에 대화하기 훨씬 쉬웠다. 그럼 온수기는 왜 기울어졌을까? 의문이 들었다.
먼저 온수기를 지탱하고 있는 좌우 앙카못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어느 것 하나 움직임 없이 콘크리트기둥에 튼튼하게 박혀있었다. 이번엔 좌우에 앙카못의 높이를 측정해 보았다. 그리곤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남겼다. 기준점은 타일의 줄눈으로 삼았다. 타일은 레이저레벨기의 수평과 수직광선을 중심으로 작업하게 된다. 레이저레벨기는 지구중심자기장의 수직과 수평을 표시하므로 모든 작업의 기준점이 된다. 사진을 살펴보니 좌측앙카가 1CM(10mm) 낮게 걸려있었다. 사장님과 젊은 아드님과 사진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온수통은 처음부터 좌측이 1CM 낮게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온수통옆의 선반에 국자는 왜 걸리지 않았을까? 원인은 단순하게도 선반을 올려놓은 단에 선반의 다리가 빠지면서 꼭 끼게 되었던 것이다. 선반다리를 빼내어 수평을 맞추니 모든 것이 해결되는 듯했다. 사장님 마음만 제외하고는... 사장님은 그날의 놀람에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게 "온수통은 튼튼하게 잘 걸려있고 넘어지지 않을 것이니 괜찮다고 말 한마다만 해달라"라고 하셨다. 나는 괜찮으니 마음 놓고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보증을 선 셈이다. 두 개의 앙카못은 작업자가 수평을 맞춰 정확하게 뚫어서 달기가 어렵다고도 해드렸다. 그리고 또 사장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옆집에 가서 그 난리를 쳤는데 감정 상하지 않게 잘 좀 말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일은 벽에 못하나 박은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못 좀 박겠다고 옆집에 미리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소리가 매우 컸기에 온수통은 위태위태 넘어가게 보였을까! 여러 가지 의문은 들었지만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수통을 새로 달지 않아서 다행이고 돈 들어가는 일 없어서 다행이고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해결되어서 다행인 것이다. 무엇보다 연세 많으신 사장님 마음이 편안하게 풀리셔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온수통이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이면 연락하시라고 연락처를 저장해 드렸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연락이 없으신걸 보니 튼튼하게 잘 걸려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럼 이번일은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었을까? 샌드위치 패널은 단열재를 사이에 두고 철판이 양옆으로 붙어있다. 못을 박기 위해 망치질을 하게 되면 북을 치듯이 벽 전체가 울리며 소리가 크게 나게 되어있다. 이럴 경우는 드릴을 사용해 직결피스로 뚫어 박으면 소리 없이 못을 박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