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의 밤이다. 어제 윤석열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타고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경찰과 대치, 서울 진입에 살패했다. 이 소식을 들은 청년들이 광화문 시위를 마치고 남태령으로 이동,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농민들을 위로하고 밤샘한 것이다. 이들을 후원하는 행렬도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내란정국이 무색하고 세계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청년들, 찬란하고 눈부시다.
민주주의의 완벽한 세대교체다. 기성세대가 시대적 소명의식과 책무감으로 비장했다면, 지금의 청년들은 '민주주의'를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로 인식하는 듯하다. 우리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했다면, 이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데서 '다만세', 즉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다시 만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벌써 생활 속 혁명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단지 기성세대처럼 거창한 담론이나 현수막 따위를 걸지 않았을 뿐. 내가 의미하는 이들의 조용한 혁명은 기성세대가 멍에처럼 안고 살아야 했던 도식적인 삶이 아닌, 사회적 차별이나 직업의 귀천 등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인생을 즐기려는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시민 마인드로 진화하면서 K-culture로 세계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이번 탄핵집회는 그 연장선에서 세계에 K-민주주의를 K-pop처럼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의식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세계는 이 청년들의 문화이자 생활 속 혁명인 ‘다만세’에 경외심마저 보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완전한 세대교체다.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새로운 현상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이미 저들의 세상이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우리 세대처럼 어떤 의무감이나 해야만 했던 일이 아니라, 이 청년들처럼 그저 좋아서 즐기는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들이 우리 사회 전면에 등장한 이상 윤석열과 그 잔당들은 이미 KO패다. 수구 역시 궤멸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떤 기우나 우려도 더 이상 필요 없다. 기성세대는 그저 좋지 못한 것들을 데리고 조용히 물러나 힘껏 응원해 주면 될 듯하다. 이미 저들이 너무 잘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 절대적인 희망을 갖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순수성’이다. 우리가 살던 세상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보여 마음이 평안하다. 순수가 삶과 사회를 윤택하게 한다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