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부모님과 결혼식 날짜를 대략적으로 정한 후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화에서 언급했다시피 플래너를 비롯한 누구의 도움 없이 우리 두 사람이 직접 결혼의 전 과정을 준비하는 셀프 웨딩 준비기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도 물론 처음에는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식장을 비롯한 드레스샵 메이크업샵 그 모든 것들은 어떻게 알아보아야 하며,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말이다.
결혼 업계가 부르면 돈이라는 말과 함께 호구가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플래너 없이 과연 우리 둘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살짝 걱정도 되긴 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교사가 되기 이전에 우스갯소리로 이벤트 기획 사업을 차릴까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알아보는 걸 좋아하던 나였기에 초반에 하던 걱정이 무색하게 아주 재미있게 결혼식 관련 업체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결혼식장. 웨딩홀 알아보기였다.
원하는 식장과 원하는 날짜를 정하기 위해서는 1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우리도 가장 먼저 식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비 신랑이 된 그와 나는 취향 또한 비슷했는데, 둘 다 어두운 웨딩홀보다는 밝고 환한 웨딩홀을 선호했다. 옷이나 신발도 둘 다 쨍한 색감이 있는 것들을 좋아하고 무채색을 안 좋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플래너가 없었기에 일단 인터넷으로 많은 식장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치를 하면서 보게 된 웨딩홀 중에는 어두운 홀들이 많았다. 나중에 상담하러 간 예식장 관계자에게 들으니 식장이 어두울수록 핀조명으로 신부를 비추고 집중시키기에 더 좋다고 한다. 그래야 신부가 더 화려하게 빛날 수 있다고.
'음, 그래서 요즘 그렇게 실내가 어두운 홀이 많았던 거군.'
확실히 홀이 어두울수록 신랑 신부, 특히 신부가 빛이 나긴 할 거 같았다. 신부의 드레스가 핀조명을 받고 반짝반짝 빛나는 상상을 했다. 어느 신부든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 같은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생각했다.
꼭 내가, 아니 꼭 나만 빛나야 할까?
나는 이런 생각이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랑, 신부만 되지 않기를 바랐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했다. 하객분들이 서로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신랑신부만을 기다리지 않기를 바랐달까. 신랑신부를 포함한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잘 빛났으면 했다.
물론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이지만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게끔 도와준 가족들과 수많은 지인분들이 같이 빛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비록 신부인 내가 조금 덜 반짝반짝 빛난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밝은 예식장을 찾게 되었다. 밝기로는 자연광을 이길 수 없기에 야외예식을 하고 싶었지만 우리 결혼식 날짜는 추운 1월이었기 때문에 야외예식은 제외하게 되었다. 야외예식은 아니지만 최대한 야외 느낌이 나는 하우스웨딩 같은 웨딩홀을 찾기 시작했다.
플래너 없이 웨딩홀을 찾아야 했기에 직접 발품 팔아 웨딩홀 상담실 문을 두드리며 다녔다. 이곳저곳 견적들을 받으며 어느 정도가 적당한 가격대이고 어느 정도가 거품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의 예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우리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웨딩홀 찾기는 쉽지 않았다. 누가 우리의 원하는 바를 듣고 리스트를 쫙 뽑아준 것이 아니라 리스트조차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은 두배로 더 써야 했다.
하지만 그와 나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목적으로 셀프웨딩을 시작해서일까. 쉽지 않은 과정인데도 불구하고 웨딩홀을 찾아다니는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데이트 다니듯이 웨딩홀을 구경 다녔다.
직접 상담받으며 받아왔던 웨딩홀 견적 관련 웨딩 서류들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우리가 생각한 예산과 우리가 꿈꿔온 결혼식의 모습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웨딩홀을 드디어 찾게 되었다.
위치는 남산타워가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였으며 웨딩홀 이름에도 '남산'이 들어가는 곳이었다. 일단 이곳은 우리가 원했던 아주 환한 밝은 예식장이었고, 조명으로 생긴 인위적인 밝음이 아닌 통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인한 밝음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야외예식은 못하지만 마치 야외예식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프러포즈 추억이 담긴 장소,'남산타워'와 연결되는 장소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홀도 꽤 크고 하우스웨딩 느낌이라 매우 비쌀 것이라 생각해 상담 가는 게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상담실을 찾아갔다.
이미 여러 웨딩홀을 다니며 상담해 온 경력(?)으로 어리바리하지 않게 꼼꼼하고도 야무지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우리가 웨딩홀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은 이 정도 선이라고 가격 제안까지 할 정도였다. 아니 근데 이게 웬일. 1월은 결혼 비수기라 웨딩홀 대관료가 성수기때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이 아닌가. 거기다 식비를 비롯한 다양한 부대조건들도 할인과 서비스가 적용되어 우리가 생각한 예산을 벗어나지 않는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그렇게 그날 우리는, 바로 웨딩홀을 예약하게 되었다. 우리가 꿈에 그리던 밝고 환한 자연광이 빛나는 웨딩홀로 말이다.
우리가 정한 웨딩홀. 화이트톤의 4면 통창의 자연광 웨딩홀. (사진은 우리 결혼식 당일의 모습)
1월이지만 마침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서 운 좋게 창문 밖 폭포수도 볼 수 있었던 결혼식 당일의 모습.
식장을 정하니 결혼 준비의 절반 이상은 끝낸 기분이었다. 미션클리어.
직장 생활하는 와중에 서로 시간 맞추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다 알아보고, 직접 찾아가고 상담받아가는 그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결코 힘들지는 않았다. 절대적인 체력 소모와 시간 소모는 있을지언정 정신적인 힘듦이 없었기 때문일까.
오히려 설렘이 가득했을 뿐이었다.
중요한 건 나 혼자 설레고, 내 입장에서만 결혼을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모든 과정에서 나보다 더 즐거워했고, 나와 함께 설레어했다.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셀프웨딩을 준비하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이제 겨우 식장 하나 예약했을 뿐이지만 결혼식까지 남은 준비기간에 우리가 함께할 일들이, 함께할 추억이 더욱 기대되었다. 비록 발품 파느라 종아리는 굵어지고 발바닥은 아플지언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