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웨딩 어때요?

결혼준비 시작

by 세잎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년간의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결심했다. 모든 것이 결정된 이후 결혼식 직전에 받는 형식적인 프러포즈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자신과의 결혼 여부를 처음으로 묻는 '청혼'을 프러포즈로 받았다. 그리고 그 프러포즈를 받은 '남산타워'는 우리만의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프러포즈를 받고, 양가 부모님들께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양가부모님께서는 이미 진작부터 우리의 결혼시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터라 모든 것을 우리에게 맡기겠다고 하셨다. 결혼시기, 결혼장소, 결혼식 스타일 등등 모든 것을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길 원하셨다.


어떤 결혼식을 해야 좋을까.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결혼식'에 대해 생각해 오던 게 있었다.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 아니 결혼식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결혼식'에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다. 몇 시간 안에 끝나는 '결혼식' 보다는 '결혼식까지의 준비하는 기간' 그 기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에 끝나는 결혼식 식장에 너무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았고,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신혼여행에 쓰자는 주의였다.


우리를 축하해주고 축복해주기 위해 모이신 많은 귀빈들을 위해 정성껏 결혼식을 준비하되, 결혼식 그 하루에만 모든 것을 올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 하루 뿐만 아니라 결혼식까지 준비하는 기간, 그 기간 또한 의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두사람이 연인에서 부부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서 말이다.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기까지 숨 가쁘게 정신없이 달려오기만 하며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 결혼식이 아니길 바랐다. 결혼식 날짜까지의 준비 기간이 연인이었던 서로가, 부부가 되어가는 연습을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하는 기간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어서 그 준비기간부터가 결혼식인 것 마냥 모든 준비의 시간들을 행복한 축제처럼 즐기고 싶었다. 마지막 결혼식 당일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게끔.


그래서 그 기간을 정말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결혼식 날짜를 지금으로부터 1년 후 정도로 하는 건 어떨지 그에게 제안을 했다. 양가 부모님과는 이미 연애 3년 동안 며느리 사위처럼 지내고 있었기에 더 빠른 시일 내에 결혼식을 올려도 될 부분이었지만 부부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했어도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그 역시 나의 생각에 동의하며 약 1년 후 겨울로 결혼식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1년의 시간을 아주 의미 있게 결혼준비 기간으로 쓰기로 다짐하며 그에게 또 한 가지 내가 제안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셀프웨딩"이었다.





셀프웨딩


요즘에야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도 많이 축소되어서 셀프웨딩이나 소규모 웨딩이 많아졌지만 내가 결혼을 준비하던 약 6년 전만 해도 셀프웨딩은 많지 않았었다. 결혼하면 으레 '스. 드. 메'를 떠올리고 그 스드메가 당연한 결혼의 코스이던 때였다.

* 스드메 : 스튜디오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의 각 첫 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평생 살면서 언제 공주가 되어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여러 드레스를 입어보며 공주놀이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촬영과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가 스드메였다. 결혼 전문 회사의 웨딩플래너를 통해 진행하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 세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스드메를 진행하곤 한다. 내 주변의 많은 지인들도 이 스드메를 진행했다.


내가 제안한 셀프웨딩은 이 스드메의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인 '웨딩플래너''스튜디오촬영'을 빼는 것이었다. 원빈과 이나영의 갈대밭 결혼식처럼 식장을 포함한 모든 것을 셀프로 할 수는 없었지만 결혼의 전 준비과정과 그 과정을 담은 촬영만큼은 전문가의 손길 없이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결혼식의 전 준비과정을 셀프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플래너'의 존재가 없어야 했기에 과감히 우리는 웨딩플래너 없이 결혼을 준비하기로 했다. 플래너에게 맡기면 조금 더 쉽고 편할 수는 있지만, 조금 불편하고 힘들지라도 모든 과정 우리 두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가며 만들어보고 싶었다. 마치 그동안 서로 신뢰하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갔던 뚜벅이 커플인 우리의 모습처럼 말이다.


스튜디오촬영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끝나버리는 스튜디오촬영이 아닌 4계절의 우리 모습을 천천히 직접 담고 싶었다. 고가의 카메라도, 훌륭한 포토샵 기술도 뭣도 하나 없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담고 싶었다. 우리가 원한 건 우리만의, 우리 다운 모습을 남기기 위한 셀프 웨딩촬영이었다.


우당탕탕 삐걱거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도 하나의 추억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 커플 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식장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직접 알아보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우리의 모습을 우리답게 담아보는 셀프 웨딩 준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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