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잎 Apr 14. 2024

<학급경영>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마음의 거리 좁히기

학급 담임을 하다 보면 우리 반 아이들의 '단합력'이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단합력에 따라 학급의 분위기와 1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3월은 3월이라는 이유로 서먹서먹한 것이 인정이 된다. 공간도 새롭고 새롭게 구성된 구성원도 새롭기 때문이다. 담임인 나 역시 아직 우리 반에 적응되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에게만 얼른 적응하고 얼른 친해지라고 부축일 수도 없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면 슬슬 학급 학생들의 관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 학생과 이 학생이 친하구나.'

'이 학생은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것 같네.'


학생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좋은 시간은 '이동수업 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다.


남학생들이야 굳이 누구랑 같이 갈 필요 없이 각자도생 혼자 가기 마련이지만,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은 꼭 무리를 지어 같이 이동한다. 아침 조회시간에 오늘의 시간표를 빠르게 스캔한 후 미술, 체육과 같은 이동수업 직전 쉬는 시간에 우리 반을 가본다. 분주하게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왁자지껄 떠들며 체육관에 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 그 틈에 쉬는 시간 내내 조용히 있다가 홀로 신발주머니를 들고 체육관을 향하는 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번 관찰 끝에 계속해서 혼자인 모습이 발견된다면  바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처음 시작부터 다짜고짜 '너를 지켜봤다'라는 멘트를 하면 학생들은 부담을 느끼고 대화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취미, 좋아하는 가수 등 이런저런 다른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로 상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준 후에 담임선생님과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은 때에 자연스럽게 친구관계를 물어본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학급에 친한 친구는 있는지, 친구관계 등으로 힘든 적이 있었는지 등.


3월 한 달간 열심히 한 명 한 명 일대일 관계를 쌓아온 탓인지 그래도 웬만한 아이들은 자신의 속 이야기를 잘해주는 편이다. 쉬는 시간에 혼자인 듯 보였던 그 친구도 나에게 걱정하실 필요 없다며 자기는 혼자가 오히려 편하다며 이동시간에 혼자 가는 게 전혀 불편하지도 않으며 모둠활동이나 다른 경우에는 반 친구들이랑 잘 이야기하고 잘 논다며 나를 안심시킨다.


휴.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담임으로서는 아직 부족하다.


담임병이랄까. 혼자인 아이가 눈에 밟힌 순간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몇 명의 친구들을 지정해 "너 얘랑 같이 다녀!" 강제로 과제를 줄 수도 없다.  그저 학생들 스스로가 학급 내에 소외되는 학생이 없게끔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1년간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도와주고 싶을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고민이 시작된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마음이 동하여 움직이게 하는 방법.




학교 시간 중에는 교과수업 외에 "창의적 체헙활동"이라고 해서 동아리 활동이나 학급 자체에서 학급 회의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학급자치 시간이 있다.


이 학급자치 시간을 활용하자!


한 시간의 학급자치를 그저 종례를 앞당겨하고 청소를 빨리 시키는 것으로 의미 없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의 단합력을 높이고 그토록 고민했던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학급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이 학급자치시간에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료 교사들의 학급경영 사례들을 찾아보며 자치시간에 할만한 여러 활동들을 찾아보다가 우리 반에 딱 맞는 활동을 찾았다.


일명 <영차! 함께 일어나자> 활동


다 같이 바닥에 앉아 발을 맞대고, 손을 맞잡고 있는 상태에서 처음에는 2명, 그다음에는 4명, 그다음에는 6명 이런 식으로 인원수를 늘려 맞잡은 손을 힘껏 끌어당겨 동시에 같이 일어나야 한다.


별거 아닌 활동 같지만, 실제적인 거리감을 좁히는 것만큼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좋은 활동이 없다.


사전에 어떤 활동인지는 예고하지 않고, 여학생들에게도 미리 교복치마가 아닌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으라고 안내한다. 교실 책상을 뒤로 다 민 후에 바닥에 다 같이 앉아서 해당 활동을 안내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체육복 입으래서 축구라도 하며 노는 건 줄 알았는데 재미없을 것 같다고 툴툴대던 학생들도 나중에는 제일 크게 소리 지르고 웃으며 열심히 활동에 참여한다.


활동 미션을 최대 6명으로 끝내려 했는데 아이들이 나서서 남자 대 여자로 나눠서 남자 전체, 여자 전체로 함께 일어나기 시도를 한다. 몇십 명이 한 번에 손을 맞잡는 거부터 쉽지 않다. 실패하더라도 어떻게든 손을 맞잡아보려 맞은편의 친구를 향해 팔을 힘껏 뻗으며 깔깔깔 웃어댄다.


이 활동을 할 때 내 시선은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던 그 학생에게 향한다. 누구보다 활짝 웃으며 활동에 임하고 있는 그 학생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학생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다른 친구들, 다른 친구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그 학생의 손이 보인다.


 "OO아! 꽉 잡아!!!! 손 놓치면 안 돼!!"

"야 나만 믿어 내가 다 끌어올려줄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은 즐거워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



 활동이 끝나고 자리를 정돈한 후에,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활동을 하면서 느꼈는지, 어떻게 해야 성공할 있었는지 말이다.


"친구 손을 잡아야지만 일어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해야 해요."

"옆에 친구를 믿어야 해요."

"혼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었어요."

"함께 끌어당겨줘야 해요."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준 상처는 기억하지 않고, 남에게서 받은 상처만 크게 기억하는 이 시대에서 이 세상이 결코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친구의 도움 없이는 혼자 일어설 수 없었듯이,

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함께해야 함을 말이다.


우리 반의 어느 누구 한 명도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1년 동안 이 학급에 있는 이상, 결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 학생들 모두가 느꼈으면 한다.



이전 14화 <학급경영>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