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라는 이름
1.
"너의 첫 섹스는 어떤 색이었니?"
강렬한 문장이었다. 자주는 못 보고 가끔 보는, 소탈하게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
줄곧 만날 때마다 서로의 안부만 주고받던 터라 이 문장 한 구절이 꽤나 충격적으로 들려왔다.
"? 무슨 소리야..."
최대한 침착하게, 너와 하는 대화 중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주제로써 이 문장을 '나'에게 말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또한 들었기 때문이다.
"너의 첫 섹스."
성교, 남녀의 합, 음과 양의 조화, 지속적, 혹은 일시적인 사랑으로 인해서 서로의 육체를 탐 하는 행위.
'이거 질문이 센 거 아니야..?'
"그러니까, 첫 경험이 나에게 무슨 색이었냐고?"
나는 되물었다.
"응."
너는 담백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말했다.
가만 생각해본다. 첫 경험, 분홍색? 그건 너무 뻔해. 하얀색? 물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긴 했지. 몇 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 너는 말했다.
"설마 검은색?"
나는 단박에 대꾸했다.
"지랄. 아니거든."
"왜 ㅋㅋ 검은색이 내포한 의미를 알아?"
나는 멈칫, 갸우뚱 거리면서 말했다.
"모르겠는데, 한편으론 알 것 같아."
"뭔데 ㅋㅋ"
너는 나를 놀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Z는 동네 친구도, 그 옛날 소꿉친구도 아니다.
대학에 들어와 알게 된, 단지 자주 마주치고, 어쩌다 보니 술자리 건너편에서 둘 다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어 알게 된,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딱 안면만 알고 있는 사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 것 아니야?"
최대한 볼멘소리로 안 들리게끔 하려고 했지만 읽고 있는 너는 그렇게 안 들리겠지.
"아니야."
예상외의 대답,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혼란함, 당혹감, 치욕스러움..."
세 가지 단어들이 가진 공통점을 비추어 보았을 때 나는 말을 끊었다.
"그만."
"... 졸렬함, 곤란함, 놀람,..."
"다른 주제 어때?"
너는 그렇게 불온전한 단어 몇 개를 더 토해내고서야 나에게 말했다.
"너는 다른 사람에게 '검은색'이었던 적 있니?"
"아니..."
모르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검은색으로 비쳐 보였을까?
"... 모르겠어. 보통 이런 건 자기만 생각하기 마련이잖아."
"... 그렇게 말할 수도 있네."
서로 말이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너는 내게 말했다.
"나에게 검은색은 잊을 수 없어."
너는 그다음 문장을 궁금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