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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Jun 01. 2018

파랑새의 안부

What We're Reading #146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첫 밤, 처(妻)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않아?"

"그러게…"


돌이켜보면 둘 다 제대로 자취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캥거루족이었거든요. 주례 없이 치른 결혼식에서 아버지는 하객들에게 "30년 넘게 품어왔던 파랑새 같은 현이가 우리 곁을 떠나 새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그동안 저의 홈플레이트는 부모님의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원점이 바뀌었습니다. 이 감정이 제가 결혼 직후에 느낀 가장 큰 변화입니다.

싱글일 때, 늦게 귀가한 저에게 부모님께서 늘 물어보시곤 했습니다. 밥은 먹었냐고요. 처음엔 당연한 걸 왜 자꾸 물으시냐고 퉁명스럽게 말하다가 어느 날 질문의 진짜 의미를 깨닫고는 제 태도를 반성했습니다.

늘 같이 지내느라 안부를 굳이 물어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따로 물어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파랑새는 떠나가도 부모님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2018년 6월 1일,
부산 내려가는 기차에서 손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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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이 왜 '소설 창작'을 배울까 읽어보기

"매일매일 이야기를 쓰자. 블로그나 메모장에 쓰자. 실수한 얘기도 좋고, 낭패 본 얘기도 좋고, 어려움을 극복한 얘기도 좋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이야기는 시시각각 만들어진다. 나의 이야기가 나다.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내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삶 자체가 한 토막의 긴 이야기다. 우리는 살면서 매일 이야기를 쓰고 있다."

= 현: 신혼여행을 떠난 비행기에서 밀라노에 도착한 첫날밤까지, 제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앞서 언급한 글을 다듬어 공개하는 일이었는데요. 제 처가 지난 1년 간의 결혼 준비 과정을 기록한 글을 감히 손보며, 제법 좋은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앞으로의 결혼 생활이 무척 기대되기도 했는데요.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와는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지닌 처가댁의 서사(敍事)에 제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좋은 이야기를 잘 수집하고 엮어야겠습니다.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 책 정보 보기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지금 현재의 내 모습과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부상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 속에서 방출의 악몽에 시달리는 2군 선수들이 왜 포기하지 않고 야구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다. 해야 할 말은 하지 못하고 뒤돌아 후회하던 때, 레전드들과의 인터뷰는 나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늘 어린이집 종일반에 남아 있는 둘째에게 "엄마도 일찍 오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으며 죄책감에 눈물 흘릴 때, 레전드들과의 인터뷰는 내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를 끌어내도록 도와주었다."

= 현: (또 신혼여행 이야기라 죄송합니다.) 유일하게 챙겨갔던 한 권의 책입니다. 비록 야구를 전혀 모르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비단 야구를 알고, 야구를 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더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스스로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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