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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런 Jan 24. 2019

퇴사가 무슨 유행입니까? (feat. 골목식당)

'너' 또는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 사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글은 화살과 같은 것이다. 책으로 만들어지고 세상에 퍼지는 순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내 손을 떠나 저 멀리로 날아갔기에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내 글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다른 누군가에게 되돌릴 수 없이 떠나가 버린다고 생각하기에, 아무리 쉬운 글이라도 대충 쓸 수가 없다. 



요즘 서점가의 책이나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 ‘퇴사’를 말하는 글들이 정말 많다. 물론 보통 직장인들의 삶이 워낙 팍팍하니 어쩌면 적절한 공감코드이자 처방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퇴사를 종용하는 듯한 글을 보면 나는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마치 퇴사가 유행인 듯 말하는 글들.. 


과연 퇴사가 과연 직장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또는, 퇴사가 만들어 낼 또 다른 문제점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적어도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는 할지언정 

‘퇴사하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출처 : SBS '골목식당'


요즘 한창 ‘골목식당’ 이라는 TV방송이 인기다. 성공한 장사꾼이라 할 수 있는 백종원 대표가 출연하는 방송이다. 그는 선발된 몇몇 음식점 사장님들께 자신의 경험담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성공 솔루션을 제시한다. 


출연하는 음식점들은 다양하다. 맛은 있지만 장사가 안 되는 곳, 맛도 없고 장사도 안 되는 곳, 아예 장사에 대한 기본기도 갖춰지지 않은 곳 등. 백종원 대표는 그들의 수준에 따라 맞춤화 된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의 솔루션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진 적절한 온도이다. 그리고 그의 솔루션을 잘 따르는 집은 대박집이 되기도 한다. 좋은 취지의 방송이다. 



하지만, 위험을 동반하는 방송이기도 하다. 

제작자의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있다. 바로 우리 부서 P과장.


P과장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아직도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한다. 엑셀로 5분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쌀집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 시간이나 걸려 처리한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숫자를 고민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계산은 약 60% 확률로 틀리곤 한다. 어디서부터 틀린 지 알 방법이 없는 그는 다시 쌀집 계산기를 두드린다. 

부장은 그런 그에게 종종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러지 말고 엑셀을 배워, 누가 뭐 어려운 거 배우래? 기본적인 함수만이라도 배우란 말이야. 기본적인 거만”

하지만 그는 쉽게 굽혀지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장의 의견에 대꾸를 한다. 

“에이, 확실하게 해야죠. 사람이 하는 것만큼 확실한 게 어딨어요”

부장은 포기했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피한다. 


..


오늘은 팀원들이 오래간만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는다. P과장은 주문도 하기 전에 매의 눈으로 식당을 스캔한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식당에 대한 지적을 시작한다. 


“아~ 식당 회전율이 이렇게 밖에 안 나오면 안 되지” 

“음식 종류가 너무 많아. 메뉴를 단일화하고 가격을 낮춰야지” 

“서빙을 이렇게 하면 쓰나 쯧쯧”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그는 ‘골목식당’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은 식당 운영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도 이제 거의 반 전문가라고 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그의 말은 계속된다. 


“방송을 보면 말이야, 진짜 노답인 사람들도 나온다니까? 아오.. 내가 해도 그것보다는 잘하겠어. 나도 그냥 확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할까? 내가 하면 진짜 대박 나게 할 수 있는데...” 


물 만났다는 듯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그의 입에서 밥알이 튀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식탁 위 내 밥그릇이 위험해 보였다. 



나도 종종 골목식당을 시청한다. 얼마 전 골목식당에서는 솔루션을 받던 한 식당이 중도 탈락되었다. 그 식당 사장은 항상 마이웨이였다. 심지어 시식단 전원이 불합격을 주었음에도 말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세상에 살고 있는 그에게 보통들의 세상에 맞춰진 솔루션은 무의미했을 터. 


골목식당이 위험하다.. 

그들의 취지는 분명 자영업자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을 텐데

본의 아니게 일부 직장인들에게 퇴사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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