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자의 B컷

여행하며 돈 버는 사람이 저예요.

by 엄디터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더라? 돌이켜보니 갑자기 10년 차 여행기자가 되어 있다. 때로는 작가로도 불리지만, 책 한 권 제대로 내지 않은 내가 그런 호칭으로 불려도 되나 부담스럽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전, 역사가 적은 어느 한 여행 잡지의 막내 기자가 되었다. 그때는 그냥, 여행을 막 즐겨하던 때라서 여행가이드가 되거나 이런 여행 잡지 만드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어설프게 면접을 보고,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아니 이런 세상이 있나. 툭하면 해외에 갔다. 적게는 두어 달에 한 번, 많게는 한 달에 세 번. 정말 좋은 고급 호텔과 값비싼 음식, 하기 어려운 경험을 모조리 했다. 내 돈 주고 절대 안(못) 갈 호텔도 여러 번 잤고. 그중 최고는 몰디브 리조트였을지도.


분에 겨운 호사였다고 생각한다. 경력도, 연차도 없는 어린 나에게 “기자님 기자님”하며 공손히 대해준 대행사와 관광청 직원분들에게 늘 황송했다. 나의 밑천이 드러날까 봐 겁도 나고 두려웠다. 아, 사진. 사진에 대한 부담은 어찌나 많던지. 잘 찍지 못하면 쓸 사진이 없으니 뭐가 되더라도 양으로 승부했다. 초반에는 하루에 1,000장씩 찍었다. 익숙함은 경력이 되었고, 여행의 호기심과 설렘은 완전히 사라졌다. 패키지처럼 움직이는 일정, 어디를 어떻게 가는지 조차 알 수 없이 데려다주는 대로 내려서 밥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 여유도 여운도 없이 그저 흐르는 대로. 여행이 완벽하게 일로 치환되는 몇 년을 보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고. 그렇게 좋아하던 공항과 비행기는 잠을 충전하는 장소가 되었고, 정리하지 못한 캐리어는 집에 쌓여만 갔다. 즐거운 것보다 버거운 감정이 더 컸다. 눈을 비비며 호텔 방에서 원고 마감을 쳐야 했고, 시차 적응도 없이 행사에 뛰어들고. 서툰 영어로 자존감은 툭툭 길바닥에 떨어지기 일쑤였다. 휴가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주말에도 기사를 쓰거나 출장을 나갔고, 대체휴무는 뭔가요, 그 당시엔 그런 건 판타지나 다름 없다. 물론 지금도 똑같지.


별로였던 여행지를, 마치 즐거웠던 한 장면으로 거짓 꾸미기 하는 것도 싫었다. 뭐여 여긴, 싶었던 곳들도 많았는데 이젠 기억도 안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진지하게 임했나 싶기도 하다. 그냥 즐기지. 좀 즐긴다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었는데. 재미는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역사와 정보를 얻은 것도 지금 보면 좋았다. 당시의 선택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 여행=일의 공식,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 공식을. 지자랑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남들이랑 좀 다르게 살고 있기도 하고.


인플루언서처럼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누군가 텍스트를 읽을까 싶어서 열심히 어딘가에 적어 보내는 여행 기사를 쓰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일을 한다. 방금 전까지는 중국 허난성의 도시, 쉬창의 이야기를 쓰다 왔다.


사실은, 그냥 관광지고 뭐고 막 쓰고 싶다. 돌고 돌아서 계속 떠도는 삶을 살게 된 나란 인간의 라이프를 남겨보고 싶기도 하고.


느긋하게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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