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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 Nov 09. 2024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퇴사 이야기_6

글을 쓰게 되었다.

1년은 넘게, 실은 그보다도 훨씬 전부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 이제야 시도하게 됐다.


내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감정에너지 소모가 큰 행위였고,  설사 그 장벽을 어찌어찌 넘어 글을 쓴다고 해도  솜씨를 내보이기엔 부끄러움이 너무 깊어 누구에게도 감히 공유할 수 없었다.


원체 가용에너지가 적 나는 보통은 회삿일을 하고 나면 남는 힘이 없었다. 어쩌면 에너지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힘을 일에 쏟아버렸다는 편이 맞는 설명일 수도 있다.


문제를 보면 해결해야 하고 피하거나 돌아갈 줄 모르는 나는 그래서인지 빨리 지쳐버렸다.


회사를 나오면서 다짐한 것은 잃어버린 표정을 되찾는 것이었고, 다정함을 되살리는 일이었고 예민함을 줄이는 것이었으며 틀리는 것을 용인하는 일이었다.


그런 내가 백수가 되자마자 시작한 일이 글쓰기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쓰고 싶다 생각했다. 그래야 답답함이 가실 것만 같았다.


누구처럼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것보다 배설의 욕구가 강했다.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


그런데 글을 써 내보인다는 사실보다 효과가 있었던 것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었다. 글짓기의 어려움이야 늘 마음을 무겁게 했지만, 한편으로 글로 마음을 푸는 순간은 알 수 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으나 내가 글로 말하는 순간 다른 생각들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브런치작가 신청을 하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하던 때는 엄청난 자기검열에 내가 오히려 나를 괴롭히는 듯도 하였으나 요즘은 그 검열마저도 느슨해져, 보고 느끼는 바를 쉽게 쓰고 조금은 더 가볍게 발행 버튼을 누르는 나를 본다.


누군가 읽어주 기쁘고, 읽어주지 않을 때는 내 글이 재미가  없나 보다 하고 실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글쓰기를 통해 처음부터 얻고자 했던 것이 일종의 자유라 불리는 것이라면 그 실망조차도 크게 할 일은 아니라는 실이다.


브런치스토리에는 많은 아픈 얘기들이 있다. 세상에 이 일이 다 있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삶이 있다. 그들이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나와 같은 이유라 장담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글로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어떤 만족 혹은 치유를 얻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한 번 더 전하고 싶다. 나의 글은 신나는 소설도, 배꼽 빠지게 웃긴 코미디도 아니건만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다. 나의 자유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



#갑자기#고백#새벽은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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