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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 Nov 15. 2024

너의 이름은

사람들이 내게 자주 묻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길이고 하나는 나무와 꽃의 이름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게 길을 묻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무와 꽃을 묻는다.


길을 걸을 때, 출근을 할 때, 출근길에 늦어서 전력으로 달릴 때, 친구를 기다리며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고 있을 때,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심지어는 초행인 길에서 나조차도 길을 찾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다른 수많은 들을 제쳐두고 나를 붙잡고 길을 묻는다.


아는 길은 알려주고, 모르는 길이나 노선은 검색해서 알려주기도 하는데 때로는 검색까진 귀찮아서 모르는 길은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길을 자주 묻는다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게 나무의 이름과 꽃의 이름을 묻는다.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내가 나무와 꽃과 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을 뿐이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그들에게 식물이름 키오스크가 되어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식물이름 키오스크가 성능이 좋지 않음에도 인공지능(?)이라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는 것은 바로 대답하고 모르는 것은 검색하여 알려준다. 그리고 키오스크에 저장한다. 하지만 키오스크도 낡아서인지 이젠 장기 저장이 쉬이 되지 않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나무 이름 매거진이다.


보통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다 보았을 때 그 이름이 무엇인지, 열매는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독은 없는지 정도의 궁금증이 있는 정도랄까?


그래서 나도 가볍게 "넌 이름이 뭐니?" 정도에 답하는 수준으로 매거진을 기획했다.


누구에겐 너무도 쉬운 "너의 이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알쏭달쏭한 정보임에 틀림없을 테니까.


사진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줄기와 가지, 껍질과 나뭇잎, 꽃과 열매 고루고루 미리미리 찍어두었다면 작업이 훨씬 더 빠르고 아름다웠겠지만 게으름의 소산으로 늦가을이 되어서야 준비 없이 매거진을 시작했다.


부족한 글과, 부족한 사진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름"을 아는 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매거진을 하나씩 작성해 나갈 참이다.


덧:

학술적인 부분은 기존 출간 책에서 도움을 받을 예정이고,

사진은 가능한 직접 찍어 올리려고 한다.

그리고 나무에 관한 나머지 스토리는 상황에 맞추어 표현방식을 달리할 수 있다.


#사진과 글을 허락없이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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