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줘서 고마워요
“00 전 주무관 예.정.님. 이거 뭐임? ㄷㄷㄷ...”
입사동기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렇게 됐어. 미리 인사 못하고 와서 미안.”
퇴사 처리를 하루 앞두고 회사에서 공문을 전 부서에 뿌리자 궁금증을 참지 못한 이들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당분간은 고립된 상태로 살아갈 시간.
막막함과 외로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이미 예견한 일이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하소연 할 곳 없는 괴로운 심사가 나를 잡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메시지를 타고 날아오는 목소리들. 태풍이 수증기를 빨아들여 그 몸집을 불리듯, 내 안에서 자라나던 어두운 감정들이 사람들의 궁금증에 반응하며 소용돌이 쳤다. 네가 저지른 일들을 보라고.
“뭐야. 차 한 잔도 못 사주고 보냈네. 니들 잘 먹고 잘 살라고 소리 좀 쳐주고 나오지 그랬어.”
자주 연락하지 않았지만 너무 익숙한 그 해맑은 목소리.
애써 위로하려 들지 않는 상대와 음성통화를 하며 태풍경보가 켜졌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제 와서 뭐 어쩔 거냐고. 앞으로 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지 않냐고. 실은 네가 원한 것도 이것 아니었냐고.
“차는 다음에 가서 얻어먹을 테니 비싼 걸로 사줘. 나한테 그 정도는 사줄 수 있지?”
눈치껏 예의를 지키느라 호기심을 참고 있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막상 먼저 솔직하게 궁금증을 드러내 보이는 대상이 싫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대부분이 그렇듯, 자신의 삶을 사느라 바쁘다가 짧은 시간이나마 에너지를 할애해 나를 생각했을 테니까.
전화줘서 고마워.